일식집에서 초밥이나 회를 먹을 때 옆에 나오는 연두색 양념을 다들 와사비라고 부르잖아요. 저도 당연히 와사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대부분의 제품이 진짜 와사비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고 좀 충격이었거든요. 와사비와 고추냉이가 다른 식물이라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어요.
식물학적으로 와사비와 고추냉이는 전혀 다른 종이에요. 와사비의 학명은 Eutrema japonicum으로 일본 원산이고, 고추냉이의 학명은 Cardamine pseudowasabi로 한국에서 자생하는 식물이에요. 둘 다 십자화과에 속하긴 하지만 속 자체가 달라요. 맵고 코를 찡하게 하는 공통점이 있어서 비슷해 보이지만 맛과 향의 뉘앙스가 다르거든요.
이름이 혼동되게 된 이유가 있어요. 1930년대에 식물 분류를 하면서 와사비와 고추냉이를 같은 와사비아 속에 넣었거든요. 나중에 분류가 바뀌었지만 이미 국어 순화 과정에서 와사비의 우리말로 고추냉이를 지정해버렸어요. 그래서 사전에서 와사비를 찾으면 고추냉이라고 나오는 건데 엄밀히 말하면 정확하지 않은 거예요.
더 충격적인 건 시중에서 파는 와사비 제품의 실체예요. 식약처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와사비 제품은 진짜 와사비가 거의 안 들어가 있어요. 실제로는 홀스래디시라는 서양고추냉이에 녹색 색소를 넣어서 만든 거예요. 홀스래디시는 와사비와 맛이 비슷하지만 훨씬 저렴하거든요. 진짜 와사비를 사용한 국내 제품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진짜 와사비는 재배가 어렵고 비싸요.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근처에서만 자라고 생장 속도가 느려서 수확까지 1년 반에서 2년이 걸려요. 그래서 가격이 킬로그램당 수십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식재료예요. 일본에서도 진짜 와사비를 갈아서 주는 초밥집은 고급 식당에 한정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진짜 와사비와 가짜를 구별하는 방법이 있어요. 진짜 와사비는 갈아낸 직후에 향이 가장 강하고 시간이 지나면 풍미가 빠르게 줄어들어요. 반면 홀스래디시 기반 제품은 자극적인 매운맛이 오래 유지되고 향이 단조로운 편이에요. 진짜 와사비는 매운맛 뒤에 단맛이 은은하게 감도는 반면, 가짜는 그냥 코를 톡 쏘는 매운맛만 강합니다.
일본에서는 와사비 제품을 세 가지로 구분해서 판매해요. 혼와사비라고 표시된 건 진짜 와사비가 50% 이상 들어간 제품이고, 생와사비는 소량이라도 진짜 와사비가 포함된 제품이에요. 그냥 와사비라고만 적힌 건 홀스래디시 기반이에요.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서 소비자가 알기 어렵다는 게 문제예요.
어쨌든 우리가 일상에서 먹는 와사비 대부분이 홀스래디시라고 해서 맛이 나쁜 건 아니에요. 초밥이나 회랑 잘 어울리고 나름 맛있거든요. 다만 진짜 와사비의 맛을 한번 경험해보고 싶다면 전문점에서 갓 갈아낸 생와사비를 맛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차원이 다른 풍미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