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정어머니한테 감자탕 끓이는 법 여쭤봤다가 한참 잔소리 들었어요. 돼지등뼈를 그냥 물에 한번 데쳐서 바로 양념 풀어 끓였더니 국물에 누린내가 올라와서 영 못 먹겠더라고요. 식당에서 먹던 그 뽀얗고 구수한 국물 맛이 왜 집에선 안 나는지 답답했는데, 알고 보니 핏물 빼는 과정을 제가 너무 만만하게 봤던 거였어요.
감자탕의 생명은 국물인데 이 국물 맛을 좌우하는 게 결국 돼지등뼈 밑작업이거든요. 핏물을 제대로 빼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양념을 써도 특유의 누린내가 가시질 않아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찬물에 등뼈를 담가두고 2-3시간 정도 핏물을 빼는 건데, 중간에 물을 2-3번 갈아주시면 훨씬 깔끔해져요. 여유가 되시면 6시간 정도 담가두시는 분들도 있는데, 시간이 없을 땐 최소 1시간은 투자하셔야 해요.
핏물을 뺀 다음엔 끓는 물에 3-4분 정도 애벌 삶기를 해주는데요, 이때 통생강 슬라이스 몇 조각이랑 대파 뿌리를 같이 넣고 삶으시면 잡내가 확실히 잡혀요. 삶은 등뼈는 찬물에 하나씩 꺼내서 흐르는 물로 뼛가루랑 이물질을 깨끗하게 씻어주셔야 하거든요. 이 작업이 귀찮지만 여기서 손 놓으면 국물이 탁해지니까 꼭 하셔야 해요.
육수는 다시 새 물 2.5-3리터 정도 부어서 끓이는데 쌀뜨물을 쓰시면 훨씬 구수해져요. 쌀뜨물이 잡내도 잡아주고 국물에 깊은 맛을 더해주거든요. 여기에 통마늘 한 줌, 대파 흰 부분, 양파 반 개, 통후추 열 알쯤 넣고 중약불로 1시간 이상 푹 끓여주세요. 압력솥 쓰시면 30분이면 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냄비에 오래 끓인 국물이 더 진하다고 느껴요.
양념장은 된장 2큰술, 고추장 1큰술, 고춧가루 4-5큰술, 다진마늘 2큰술, 다진생강 1작은술, 국간장 2큰술을 기본으로 섞어주시면 돼요. 된장이 많으면 구수하긴 한데 텁텁해지니까 고추장이랑 비율을 잘 맞추셔야 해요. 매운 걸 좋아하시면 청양고추 다진 것 1큰술 추가하시고, 감칠맛을 더 내고 싶으시면 멸치액젓 1큰술 넣으시면 풍부해져요.
감자탕에 들어가는 감자는 생각보다 크게 썰어야 해요. 너무 작게 썰면 끓이는 중에 부서져서 국물이 걸쭉해지고 모양도 안 나거든요. 중간 크기 감자면 반으로만 자르거나 4등분 정도가 적당하고, 푹 익히려면 20-25분은 끓여야 해서 다른 재료보다 조금 먼저 넣어주시는 게 좋아요.
우거지나 시래기를 넣으시는 분들 많은데 이 재료들도 밑작업이 필요해요. 시래기는 하루 전날 불려서 삶은 다음 된장이랑 들기름에 조물조물 무쳐두시면 국물에 넣었을 때 제 맛이 나요. 우거지는 시래기보다 부드러워서 살짝 데쳐 물기만 짜서 넣으시면 되고요. 시래기가 국물 맛을 훨씬 진하게 만들어주긴 하는데 손이 많이 가서 우거지 쓰시는 분들도 많지요.
마지막 마무리로 들깨가루는 반드시 듬뿍 넣어주세요. 감자탕에서 들깨가루는 양념이라기보다 필수 재료인데요, 최소 3-4큰술은 넣어야 그 고소하고 진한 국물 맛이 완성돼요. 들깨가루 넣은 다음엔 너무 오래 끓이면 텁텁해지니까 중불에서 3-5분 정도만 더 끓이고 불을 끄시는 게 좋아요. 대파 송송 썰어서 마지막에 올리고 깻잎도 한 장씩 올려 드시면 식당 감자탕 못지않은 맛이 나요.
처음 끓이실 때 양 조절이 어려우실 텐데요, 4인분 기준으로 돼지등뼈 1.2-1.5kg 정도, 감자 중간 크기 4-5개, 시래기나 우거지 한 줌이면 충분히 푸짐하게 나와요. 양념은 기본 레시피대로 하시고 간이 싱거우면 국간장이나 소금으로 맞추시면 되는데 처음부터 짜게 간하면 되돌릴 수 없으니까 마지막 간 보실 때 추가하시는 게 안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