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에 아버지께서 갑자기 배 왼쪽 아래가 찌르듯이 아프다고 하셔서 응급실에 모시고 간 적이 있어요. CT를 찍고 나서 의사 선생님이 “대장 게실염입니다”라고 하셨는데, 처음 듣는 병명이라 가족들이 다 어리둥절했지요. 알고 보니 한국 중장년층에게 점점 흔해지는 질환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이후로 게실과 게실염에 대해 많이 알아보게 됐습니다.
대장 게실이란 장벽의 약해진 부분이 바깥쪽으로 주머니처럼 튀어나온 구조물을 말합니다. 말 그대로 장벽에 작은 혹이 여럿 생긴 모양이라고 보시면 돼요. 이 자체는 병이 아니고 그냥 해부학적 변화일 뿐이지요. 문제는 여기에 변이나 음식물 찌꺼기가 끼어서 염증이 생기면 게실염이 되는 건데, 이때부터는 제대로 된 치료가 필요합니다.
서양인은 주로 대장 왼쪽인 S자 결장에 게실이 많이 생기는 반면, 한국인은 오른쪽 대장에도 제법 많이 나타나요. 최근에는 서구화된 식단 때문에 한국에서도 왼쪽 게실 비율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40대 이후부터 유병률이 급격히 올라가서 60대가 되면 절반 가까이가 게실을 가지고 있다는 통계도 있지요.
증상 없는 게실은 치료할 필요가 없어요. 건강검진 대장내시경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의사 선생님도 “식이섬유만 잘 드세요”라고 안내하는 수준이거든요. 문제가 되는 건 염증이 생겼을 때입니다. 왼쪽 아랫배나 오른쪽 아랫배가 콕콕 쑤시면서 열이 나고, 구역감이 동반되면 게실염을 의심해봐야 해요.
경증 게실염은 외래에서 항생제 치료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대개 7-10일 정도 항생제를 복용하면서 음식은 맑은 유동식 위주로 장을 쉬게 해주는 거지요. 집에서 안정을 취하면서 열이나 통증 변화를 체크하면 됩니다. 이 단계에서는 입원까지 가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중증으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복막염 징후가 보이거나 농양, 천공, 심한 출혈이 있을 때는 바로 입원해서 정맥 항생제를 맞아야 하거든요. 농양이 크면 초음파나 CT 유도하에 경피적 배농술을 시행하기도 하고, 천공이나 복막염이 심하면 응급 수술로 문제가 된 대장 부위를 절제해야 합니다. 제 아버지는 다행히 농양이 작아서 입원 치료만으로 회복되셨어요.
재발 예방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에요. 한 번 게실염을 앓은 분들은 재발 확률이 꽤 높거든요. 연구에 따르면 리팍시민이라는 항생제를 간헐적으로 쓰면 재입원율을 50%, 재발률을 73%까지 낮출 수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여기에 메살라민이라는 항염증제를 병행하면 효과가 더 좋다고 하지요. 물론 이런 약물 치료는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예방법은 역시 식이섬유 섭취예요. 하루 25-30g 정도의 식이섬유를 꾸준히 먹으면 변이 부드러워져서 장벽에 가해지는 압력이 줄어듭니다. 채소, 과일, 통곡물, 콩류 등을 골고루 드시면 되는데, 갑자기 많이 늘리면 가스가 차기 쉬우니 1-2주에 걸쳐 천천히 늘려가시는 게 좋아요.
예전에는 견과류, 씨앗류, 팝콘 같은 것이 게실 구멍에 끼어서 염증을 유발한다고 해서 피하라는 말이 많았어요.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이런 음식이 게실염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와서, 미국소화기학회에서는 더 이상 제한하지 않아도 된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견과류는 섬유질이 풍부해서 도움이 될 수 있지요.
체중 감량, 금연, 규칙적인 운동도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비만은 게실염 발생과 재발 모두의 강력한 위험 요인이거든요. 물도 하루 1.5-2리터 정도 충분히 드시고, 변비가 있다면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관리하셔야 해요. 아버지도 이후로 식단을 조절하시고 매일 산책하시면서 지금까지 재발 없이 잘 지내고 계십니다. 배가 자주 아프고 속이 더부룩한 중장년 분들은 한 번쯤 대장내시경으로 게실 여부를 확인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