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때표를 그냥 시간표처럼 외워서 쓰는 분들도 있는데, 실제로는 계절과 지역에 따라 꽤 유의미한 차이가 있어요. 특히 낚시나 갯벌 체험, 선박 출항 같은 활동을 할 때는 그 차이가 결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몇 시에 간조, 몇 시에 만조’만 보고 나가면 낭패 보기 쉬워요.
먼저 계절적인 변화부터 보면, 가장 큰 영향은 기온과 기압이에요. 겨울철에는 북서계절풍이 강하게 불고 기압이 높아져서 평소보다 해수면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어요. 이걸 ‘저조차’라고도 하고요. 같은 간조 시간이라고 해도 겨울에는 물이 훨씬 더 많이 빠진다는 거예요. 반대로 여름철엔 장마 전선이나 태풍, 저기압의 영향으로 해수면이 높아지는 경우가 많고, 이때는 평소보다 물이 덜 빠져서 갯벌이 거의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같은 간조 시간이라도 여름엔 체감 간조 폭이 작아져요.
그리고 음력 기준으로 보름과 그믐 무렵은 ‘사리’라 해서 조차가 커요. 만조는 더 높고, 간조는 더 낮고. 이때는 물살도 세고 낚시나 바다 작업할 때 특히 주의가 필요해요. 음력 7-8일, 22-23일쯤은 ‘꼬막때’라고 해서 조차가 작고 물 흐름도 느려서 갯벌 체험하기엔 적당한 시기죠.
지역별로는 서해, 남해, 동해가 전혀 다르게 움직여요. 서해는 조차가 크고 갯벌이 넓은 지역이라 물때에 따라 노출되는 땅이 어마어마해요. 태안이나 군산, 강화도 같은 데는 간조 때면 거의 육지 수준으로 바닥이 드러나죠. 그래서 서해는 물때표를 잘못 보면 일정이 완전히 꼬일 수 있어요. 반면 동해는 조차가 작아서 시간의 변화폭은 작지만, 갑작스런 해류 변화나 바람에 영향을 더 많이 받을 수도 있어요. 남해는 그 중간 정도라고 보면 돼요.
또 하나 주의할 점은 ‘물때표가 지역마다 다르다’는 거예요. 서울에서 본 물때표 들고 여수 갯벌 가면 시간 안 맞아요. 심지어 같은 서해라도 태안이랑 인천은 30분 이상 차이 나기도 해요. 그래서 항상 가는 지역의 지역명 들어간 물때표를 확인하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
결국 물때표는 시계처럼 무조건적인 정답이 아니라, 계절·날씨·해역에 따라 해석이 필요한 도구예요. 간단히 말하면 겨울은 생각보다 더 물이 빠지고, 여름은 덜 빠진다. 서해는 특히 조심해야 하고, 동해는 파도나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리고 음력 보름, 그믐엔 조심 또 조심. 이 정도만 기억해도 큰 실수는 피할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