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시골에서 나물 캐러 다니시는 분들 많으시죠. 저도 작년 봄에 어머니 따라 산에 갔다가 원추리를 처음 캐봤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잘못 먹으면 위험할 수도 있는 나물이더라고요. 맛은 좋은데 독성이 있다니 좀 놀랐어요. 그래서 원추리 나물을 안전하게 즐기는 방법을 한번 정리해봤습니다.
원추리는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에요. 한자로는 훤초라고 쓰는데, 근심을 잊게 해주는 풀이라는 뜻에서 망우초라고도 부릅니다. 실제로 심신을 안정시키고 우울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꽃은 여름에 주황색이나 노란색으로 아주 화사하게 피는데, 하루만 피고 지는 특성이 있어서 영어로는 데이릴리(Daylily)라고 부르거든요.
나물로 먹는 건 이른 봄에 올라오는 어린 순이에요. 10-15cm 정도 자란 연한 새순을 채취하는데, 이때가 독성이 가장 적고 맛도 좋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게 있는데, 원추리에는 콜히친이라는 독성 물질이 들어 있어요. 이 성분은 식물이 자랄수록 함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반드시 어린 순만 채취해야 합니다.
콜히친은 체내에 3-20mg 정도 흡수되면 구토, 설사, 복통 같은 소화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 심한 경우 대변이나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하고, 아주 심하면 신부전까지 유발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원추리를 절대 생으로 먹으면 안 됩니다. 매년 봄마다 원추리를 생으로 먹고 응급실에 가는 사례가 뉴스에 나오니까 꼭 주의하세요.
안전하게 먹으려면 반드시 2단계 처리를 거쳐야 해요. 먼저 끓는 물에 충분히 데칩니다. 5분 이상 팔팔 끓는 물에 삶아주세요. 그다음이 중요한데, 찬물에 최소 2시간 이상 담가둬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수용성인 콜히친이 물에 빠져나가거든요. 급하다고 대충 헹구고 먹으면 위험할 수 있으니 시간을 넉넉히 두세요.
이렇게 처리한 원추리는 나물무침으로 만들어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데친 원추리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참기름, 간장, 다진 마늘, 깨소금으로 무치면 됩니다. 식감이 부들부들하면서도 은은한 단맛이 나거든요. 된장국에 넣어 끓여 먹어도 좋고, 전을 부쳐 먹는 분들도 있어요.
건강 측면에서 원추리의 효능은 꽤 다양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심신 안정 효과 외에도, 꽃잎에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고 암세포 사멸을 돕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잎과 줄기에서 추출한 성분이 대장암 세포의 증식을 억제한다는 보고도 있고, 패혈증 치료에도 효능이 확인된 바 있습니다.
보관은 데친 뒤 물기를 꼭 짜서 냉동하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어요. 1회 분량씩 랩에 싸서 냉동실에 넣어두면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거든요. 봄에 많이 캐서 보관해두면 일 년 내내 즐길 수 있습니다. 다만 채취할 때 여로나 박새 같은 유독 식물과 헷갈리지 않도록 주의하시고, 확실하지 않은 건 절대 캐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