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죽 외에 잡곡으로 끓이는 죽 종류에는 뭐가 있을까?


죽이라고 하면 대부분 쌀죽을 떠올리시겠지만, 사실 잡곡으로 끓이는 죽의 세계가 생각보다 넓어요. 아플 때 먹는 환자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긴 한데, 잡곡죽은 건강한 사람이 일상적으로 먹어도 영양학적으로 꽤 괜찮은 한 끼가 되거든요. 어떤 잡곡이 어떤 맛과 효능을 가지고 있는지 하나씩 살펴볼게요.

팥죽은 아마 가장 대표적인 잡곡죽일 거예요. 동지에 먹는 전통 음식으로 유명하지만, 요즘은 계절 상관없이 즐기는 분이 많아요. 팥에는 사포닌과 칼륨이 풍부해서 이뇨 작용이 있고 붓기 빼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해요. 끓이는 방법은 팥을 미지근한 물에 30분 정도 불린 다음 물을 넉넉히 넣고 삶는데, 처음 끓인 물은 떫은 맛이 강하니까 버리고 새 물에 다시 삶아요. 팥이 물러지면 믹서에 갈아서 걸쭉하게 만든 다음 다시 끓이면서 새알심을 넣어 주면 돼요. 새알심은 찹쌀가루를 뜨거운 물로 반죽해서 동글동글 만드는 건데, 이게 들어가면 팥죽의 맛이 확 달라져요.

녹두죽도 전통적으로 많이 먹는 죽 중 하나예요. 녹두는 해열 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있어서 여름철에 특히 인기가 있는데, 소화도 잘 되는 편이라 환자식으로도 적합해요. 녹두를 물에 불려서 껍질을 벗긴 다음 푹 삶아서 갈아주면 부드러운 녹두물이 나오는데, 여기에 불린 쌀이나 찬밥을 넣고 같이 끓이면 돼요. 취향에 따라 소금으로만 간하기도 하고, 당근이나 쪽파를 잘게 다져서 넣기도 해요. 걸쭉한 정도는 물 양으로 조절하면 되고요.

호박죽은 엄밀히 말하면 잡곡죽은 아니지만, 찹쌀이나 쌀과 함께 끓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같은 맥락에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늙은 호박이나 단호박을 쪄서 으깬 다음 물을 넣고 끓이면서 찹쌀가루 물을 넣어 걸쭉하게 만드는 게 기본이에요. 호박 자체의 단맛이 상당하기 때문에 설탕을 많이 안 넣어도 충분히 달달한데, 여기에 새알심이나 팥앙금을 올리면 간식으로도 좋은 한 그릇이 돼요. 호박은 베타카로틴이 풍부해서 눈 건강이나 피부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하죠.

율무죽은 요즘 건강식으로 주목받고 있는 죽이에요. 율무는 수분 대사를 돕는 곡물로 알려져 있어서 몸이 잘 붓는 분들에게 특히 좋다고 해요. 율무를 물에 4-5시간 정도 충분히 불린 다음 물을 넣고 푹 끓이면 되는데, 율무 알갱이가 퍼지면서 자연스럽게 걸쭉해져요. 맛은 고소하면서 담백한 편이라 호불호가 적고, 대추를 몇 알 넣어서 같이 끓이면 은은한 단맛이 더해져서 먹기 좋아요.

흑임자죽도 특별한 맛을 가진 죽이에요. 흑임자는 검은 참깨를 말하는 건데, 볶은 흑임자를 갈아서 쌀죽이나 찹쌀죽에 섞어 끓이면 고소한 향이 입안 가득 퍼져요. 흑임자에는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고 칼슘 함량도 높아서 뼈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아이들이 먹기에는 향이 좀 강할 수 있는데, 어른들 사이에서는 고급 죽 취급을 받기도 해요. 한식 뷔페나 호텔 조식에서 가끔 볼 수 있는 메뉴이기도 하고요.

잣죽은 맛과 영양 면에서 고급 죽에 속해요. 잣을 믹서에 곱게 갈아서 불린 쌀과 함께 끓이는데, 잣의 기름 성분 때문에 부드럽고 크리미한 식감이 나와요. 잣에는 올레산과 리놀레산 같은 불포화지방산이 들어 있어서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되고, 비타민 E도 풍부해요. 다만 잣 가격이 비싼 편이라 자주 해먹기에는 부담이 될 수 있어요. 소금 간만 해서 먹으면 잣의 고소한 맛이 제대로 느껴져요.

조죽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좁쌀로 끓이는 죽인데, 중국에서는 소미죽이라고 해서 아주 오래전부터 먹어 온 전통 죽이에요. 좁쌀은 소화가 잘 되면서 비타민 B군이 풍부하고 철분 함량도 높아요. 끓이는 방법은 간단한데, 좁쌀을 씻어서 물을 넉넉히 넣고 약한 불에서 30-40분 정도 저어가며 끓이면 돼요. 맛이 순하고 위에 부담이 적어서 소화 기능이 약한 분이나 어르신들에게 특히 좋아요.

보리죽은 요즘은 잘 먹지 않지만 과거에는 쌀이 부족한 시절 주식 대용으로 많이 먹었던 죽이에요. 보리를 오래 불린 다음 푹 삶아서 끓이는데, 식이섬유가 매우 풍부해서 장 건강에 좋다고 해요. 다만 식감이 좀 거친 편이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고, 보리를 미리 믹서에 살짝 갈아서 끓이면 좀 더 부드러운 죽이 돼요.

잡곡죽을 끓일 때 공통적으로 중요한 포인트가 있는데, 잡곡은 쌀보다 불리는 시간이 길어야 한다는 거예요. 최소 4시간에서 하루 정도 불리는 게 좋고, 끓이는 동안 약한 불에서 천천히 저어주면서 끓여야 바닥에 눌어붙지 않아요. 물 양은 보통 곡물의 7-10배 정도 넣으면 적당한 농도가 나오는데, 더 묽게 먹고 싶으면 물을 더 넣으면 되고 걸쭉하게 먹고 싶으면 물을 줄이면 돼요. 요즘은 밥솥이나 전기 압력솥에 죽 기능이 있어서 옛날보다 훨씬 편하게 만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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