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영유리가 반도체 공정에서 쓰이는 이유는 뭘까?


반도체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웨이퍼니 실리콘이니 하는 단어는 많이 들어봤는데, 석영유리라는 소재가 반도체 공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건 의외로 잘 모르는 분이 많더라고요. 석영유리가 뭐고 왜 반도체 만들 때 꼭 필요한 건지, 궁금해서 좀 자세하게 찾아봤어요.

석영유리는 이산화규소(SiO2)로 이루어진 유리예요.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일반 유리도 이산화규소가 주성분이긴 한데, 일반 유리에는 나트륨이나 칼슘 같은 다른 성분이 섞여 있어요. 석영유리는 이런 불순물이 거의 없는 고순도 이산화규소로만 만들어지기 때문에 물리적, 화학적 특성이 일반 유리와 상당히 달라요.

반도체 공정에서 석영유리가 쓰이는 가장 큰 이유는 내열성이에요. 반도체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1000도가 넘는 고온 환경이 수시로 등장하는데, 석영유리는 1100도 이상의 온도에서도 형태를 유지할 수 있어요. 일반 유리는 600도 정도에서 변형이 시작되거든요. 웨이퍼를 고온에서 처리하는 확산 공정이나 산화 공정에서 석영 튜브나 석영 보트 같은 장비가 사용되는 이유가 바로 이 내열성 때문이에요.

열팽창계수가 극도로 낮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예요. 석영유리의 열팽창계수는 약 0.5 x 10의 마이너스 6제곱/도C 정도인데, 이건 일반 유리의 1/10 수준이에요. 쉽게 말하면 온도가 크게 변해도 크기가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반도체 공정에서는 온도가 수백 도씩 오르내리는 상황이 반복되는데, 장비 소재가 열에 의해 팽창하거나 수축하면 웨이퍼에 미세한 결함이 생길 수 있거든요. 나노미터 단위로 회로를 새기는 공정에서 이런 변형은 치명적이에요.

고순도라는 특성도 반도체 공정에서 석영유리가 필수인 이유 중 하나예요. 반도체 칩은 극도로 깨끗한 환경에서 만들어야 하는데, 10nm 이하 공정에서는 극히 작은 이물질이라도 제품 불량으로 직결돼요. 석영유리는 순도가 99.99% 이상인 제품이 기본이고, 초고순도 합성 석영유리의 경우 99.9999% 이상의 순도를 갖고 있어서 공정 중에 불순물이 발생할 가능성이 극도로 낮아요.

자외선 투과율이 높다는 것도 장점이에요. 반도체 공정 중에 포토리소그래피라는 단계가 있는데, 이건 자외선을 이용해서 웨이퍼 위에 회로 패턴을 새기는 과정이에요. 이때 사용하는 광학 부품이 자외선을 잘 통과시켜야 패턴이 정확하게 전사되는데, 석영유리가 자외선 영역에서 투과율이 매우 높거든요. 일반 유리는 자외선을 상당 부분 흡수해버려서 이 공정에 사용할 수가 없어요.

화학적 내구성도 뛰어나요. 반도체 공정에서는 불산이나 황산 같은 강한 화학물질이 사용되는데, 석영유리는 대부분의 화학약품에 대해 안정적이에요. 물론 불산에는 반응하지만, 다른 산이나 알칼리에는 거의 침식되지 않아서 화학적으로 가혹한 환경에서도 장기간 사용이 가능해요.

반도체 공정에서 석영유리로 만드는 주요 부품들을 살펴보면, 확산 공정에 사용되는 석영 튜브, 웨이퍼를 담는 석영 보트, 에칭 공정에서 쓰이는 석영 챔버 부품, 포토 공정의 광학 렌즈 등이 있어요. 이런 부품들은 소모품이라서 일정 시간 사용하면 교체해야 하는데, 고순도 석영유리 부품의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반도체 장비 유지 비용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기도 해요.

석영유리 시장은 반도체 산업 성장과 함께 계속 커지고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고순도 석영유리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아서 공급 이슈가 간간이 발생하기도 해요. 원료가 되는 고순도 석영 모래 자체가 특정 지역에서만 채굴되는 희소 자원이고, 정제 과정도 까다롭기 때문이에요. 국내에서도 석영유리 소재의 국산화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데, 아직은 해외 의존도가 높은 편이에요.

일상에서는 잘 접할 일이 없는 소재지만, 우리가 매일 쓰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안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이 만들어지려면 석영유리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반도체 공정이 점점 미세화되면서 석영유리에 요구되는 순도와 품질 기준도 계속 높아지고 있고, 그만큼 이 소재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더 커질 거라고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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