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 원래 고인을 기리기 위해 제사상이나 장례 자리에서 붙이는 글로, 한 장의 얇은 종이에 고인의 신분과 이름을 적는 전통적인 의례 요소입니다. 예전에는 반드시 붓과 먹을 사용해 직접 써야 격식에 맞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손으로 정성껏 써 내려가는 과정 자체가 고인을 향한 예를 다하는 행위로 이해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시대가 변하면서 직접 작성이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서예 경험이 없거나 글씨체가 서툴러 보이는 게 부담스럽다는 분들도 계시고, 장례 준비 과정이 빠듯해 직접 쓰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인쇄된 지방을 출력해 사용하는 것이 흔해졌습니다. 장례식장에서는 이미 고인의 이름만 적어 넣을 수 있도록 기본 틀이 마련된 지방을 준비해 주기도 하고, 상주가 요청하면 그대로 출력해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방식도 충분히 예를 다한 것으로 인정받습니다.
또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온라인 제사나 추모 서비스가 자리잡으면서, 종이에 쓰는 대신 온라인 화면에 지방을 띄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터넷 추모관 같은 곳에서는 고인의 성함과 신위를 입력하면 화면에 전통적인 형식의 지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보여주는데, 특히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들이 함께 추모할 때 활용하기 좋습니다. 전통과는 조금 다르지만, 지금은 상황과 형편에 따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지방을 꼭 손으로 썼느냐, 인쇄했느냐, 온라인으로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고인을 기리는 정성과 태도입니다. 가족과 상의해서 가장 무리가 없고, 모두가 마음을 다할 수 있는 방식으로 준비하면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