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아래나 화단 가장자리에 분홍 보라색으로 쫙 깔려 피는 송엽국을 보면 한 가지 신기한 점이 있는데요. 분명 한낮에는 눈이 부시게 활짝 피어 있던 꽃이 해 질 무렵 지나가며 보면 죄다 오므라들어 있습니다. 시든 게 아닌가 싶지만 다음 날 점심때면 또 멀쩡하게 활짝 피어 있어요. 송엽국 꽃은 왜 이렇게 한낮에만 문을 여는 걸까요. 답은 이 꽃이 빛과 온도에 반응해 꽃잎을 여닫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송엽국은 남아프리카의 건조한 지역이 고향인 다육식물인데요. 솔잎처럼 도톰한 잎에 물을 저장한다고 해서 소나무 송에 잎 엽 자를 써 송엽국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고향이 그렇다 보니 꽃도 그 환경에 맞게 진화했는데, 강한 햇빛이 있을 때만 꽃잎을 활짝 열고 빛이 약해지거나 흐린 날, 비 오는 날에는 꽃잎을 닫아버립니다. 꽃가루를 옮겨줄 곤충들이 활동하는 시간이 볕 좋은 한낮이니 그때만 가게 문을 열고, 손님이 없는 시간에는 꽃가루와 꿀을 비바람과 밤이슬로부터 지키려고 문을 닫는 셈이에요. 에너지를 아끼는 건조지대 식물다운 생존 전략입니다.
그래서 송엽국이 시들어 보인다고 걱정하실 필요는 없는데요. 저녁에 오므라드는 건 시드는 게 아니라 정상적인 취면운동이고, 꽃 한 송이가 그렇게 여닫기를 반복하며 일주일 안팎을 갑니다. 오히려 한낮에도 꽃이 안 열린다면 그게 신호인데, 자리가 그늘져 빛이 부족하다는 뜻이에요. 송엽국은 하루 대여섯 시간 이상 직사광선을 받아야 꽃을 제대로 여는 식물이라, 꽃을 보고 싶다면 무조건 볕이 제일 잘 드는 자리에 심어야 합니다.
키우기는 정말 쉬운 편인데요. 다육질 잎에 물을 담고 있어서 가뭄에는 강하지만 과습에는 약하니, 흙은 모래가 섞여 물 빠짐이 좋게 하고 겉흙이 바싹 마른 뒤에만 물을 주면 됩니다. 장마철에 화단이 물에 잠기는 자리라면 흙을 돋워 심는 게 안전하고, 비료는 거의 필요 없어요. 줄기를 한 뼘 잘라 흙에 꽂아두면 며칠 만에 뿌리를 내릴 만큼 번식력도 좋아서, 봄에 몇 포기만 꽂아두면 한 해 만에 제법 너른 자리를 채워줍니다. 남부 해안 지역에서는 노지에서 겨울을 나며 사철 푸른 잎을 유지해 사철채송화라고도 불리는데, 중부 내륙에서는 강한 추위에 얼 수 있으니 화분에 심어 겨울엔 처마 밑이나 베란다로 들이는 게 안전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피는 채송화와 헷갈리는 분도 많은데요. 채송화는 한해살이라 해마다 씨를 받거나 새로 심어야 하지만, 송엽국은 살아만 있으면 해마다 같은 자리에서 더 큰 포기로 꽃을 피웁니다. 잎도 채송화보다 길고 도톰하며, 꽃잎에 금속성 광택이 돌아 햇빛 아래에서 반짝이는 게 송엽국만의 인상이에요. 바위틈이나 경사면, 화단 가장자리처럼 물이 고이지 않는 자리에 깔아 심으면 지면을 덮는 그라운드커버 역할까지 해줍니다.
정리하면 송엽국 꽃이 한낮에만 활짝 피는 건 건조한 고향 환경에서 곤충이 움직이는 시간에 맞춰 꽃을 열도록 진화한 결과입니다. 흐린 날 닫혀 있는 건 고장이 아니라 설계대로 작동하는 것이니, 볕 좋은 자리만 내어주면 초여름 내내 한낮마다 반짝이는 꽃밭을 보여주는 고마운 식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