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사둔 선크림을 올여름에 또 발라도 되는지 망설이시는 분이 많은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유통기한이 지난 선크림은 자외선 차단 효과가 서서히 약해지므로 새것으로 바꾸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하루아침에 효과가 0이 되는 건 아니지만, 표기된 SPF만큼 막아주리라 믿고 발랐다가 생각보다 적게 차단되는 상황이 가장 곤란하기 때문이에요. 자외선은 눈에 보이지 않게 피부에 쌓이기 때문에, 막은 줄 알았는데 사실은 새고 있었다는 걸 한참 뒤에야 알게 되는 게 문제입니다.
선크림에는 자외선을 흡수하거나 반사해 피부에 닿지 않게 하는 차단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이 성분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공기와 빛, 온도의 영향으로 조금씩 분해되고 안정성을 잃어갑니다. 미개봉 제품의 유통기한은 보통 제조일로부터 2~3년 정도로 보고, 미국 FDA는 구매 후 3년이 지나면 차단 효과가 만료된 것으로 간주합니다. 한 번 뚜껑을 열면 공기와 닿으면서 변질이 시작되기 때문에 개봉 후에는 6개월에서 1년 안에 다 쓰는 것이 권장됩니다. 그래서 제조일만큼이나 언제 처음 뚜껑을 열었는지가 중요한데, 작년 여름에 쓰다 만 제품을 올해 다시 꺼냈다면 표기된 기한이 남아 있어도 실제로는 한참 지난 셈일 수 있어요.
효과가 떨어진 선크림은 겉모습으로도 어느 정도 알아챌 수 있습니다. 내용물이 물처럼 묽은 층과 기름진 층으로 분리되거나, 색이 변하고 평소와 다른 냄새가 나면 성분이 망가졌다는 신호예요. 이런 상태에서는 피부에 고르게 펴 발리지도 않고 차단막도 균일하게 만들어지지 않아, SPF 숫자가 무색하게 군데군데 자외선이 통과하게 됩니다. 발랐을 때 평소보다 끈적이거나 알갱이가 느껴지고 밀리는 느낌이 든다면 그것도 제형이 무너졌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보관 환경은 변질 속도를 크게 좌우합니다. 같은 선크림이라도 햇빛이 드는 차 안이나 더운 욕실, 환기 안 되는 서랍에 오래 두면 차단 성분이 훨씬 빨리 망가집니다. 여름철 차 대시보드처럼 온도가 수십 도까지 오르는 곳에 굴러다니던 제품은 표기된 기한이 남았더라도 이미 효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선크림은 직사광선을 피해 서늘한 곳에 두는 것이 기본입니다.
정리하면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보관을 잘못한 선크림은 차단 효과가 약해질 뿐 아니라, 막아준다고 믿었다가 화상이나 색소 침착, 장기적으로는 피부 노화 위험까지 떠안게 됩니다. 구입할 때 용기에 적힌 제조일과 개봉 후 사용 기간 표시를 확인하고, 분리되거나 냄새가 변한 제품은 미련 없이 교체하시는 게 좋습니다. 한 통을 한 철 안에 부지런히 다 쓰는 습관이 결국 가장 확실한 자외선 대비가 됩니다.
사실 멀쩡한 선크림이라도 한 번 바르고 종일 버티는 것은 아닙니다. 땀이나 물, 옷에 쓸려 시간이 지나면 차단막이 닳기 때문에 야외에 오래 있는 날에는 두세 시간마다 덧발라야 표기된 효과가 유지돼요. 그러니 기한 지난 제품을 아껴 쓰기보다는, 부담 없이 자주 덧바를 수 있을 만큼 넉넉히 쓰는 편이 피부에는 훨씬 이롭습니다. 가격 때문에 망설여진다면 비싼 제품 한 통을 오래 두고 쓰기보다 적당한 제품을 제때 새로 사는 쪽이 결과적으로 더 나은 선택인 경우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