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에 처음 텃밭에 강낭콩을 심어봤는데, 시기를 잘못 잡아서 한참을 고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4월 초에 심으면 빨리 수확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뜻밖의 꽃샘추위가 닥치면서 발아가 거의 안 되더라고요. 결국 다시 5월에 파종해서 그제서야 제대로 싹이 올라왔거든요. 그때부터 강낭콩 파종시기에 대해 제대로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외로 한 달 차이로 결과가 천양지차로 갈리는 작물이라서 처음 키우시는 분들은 시기 선택에 신중하셔야 합니다.
강낭콩의 파종 적기는 지역과 품종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한데, 일반적으로 중부지방 기준으로는 4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가 봄 파종의 적정 시기입니다. 남부지방은 그보다 조금 이른 4월 초중순부터 가능하고, 강원도나 경기 북부 같은 추운 지역은 5월 초에서 중순 사이에 심는 게 안전하지요. 4월과 5월 중 언제가 좋냐고 물으신다면, 사실 정답은 “그 해 기온에 따라 다르다”가 정확합니다. 다만 안전하게 가시려면 5월 초중순을 추천드리는 편이거든요.
왜 5월을 더 권하는지 이유가 명확합니다. 강낭콩의 발아 최저온도가 10℃ 내외인데, 4월 초중순에는 한반도 평균 기온이 아직 10-15℃ 사이를 오르내리는 시기라서 토양 온도가 충분히 올라오지 않거든요. 발아에 가장 적합한 온도는 26-37℃이고, 토양 온도가 최소 15℃ 이상은 되어야 발아가 안정적으로 일어납니다. 4월에 심었다가 늦서리라도 한 번 내리면 어린 싹이 통째로 죽어버리는 경우가 흔하지요. 반면 5월에 들어서면 토양 온도가 15-20℃ 이상으로 충분히 올라가기 때문에 4-7일 안에 일제히 싹이 올라옵니다.
발아 조건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온도 외에도 토양과 수분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강낭콩이 좋아하는 토양은 수분을 잘 머금으면서도 물빠짐이 좋은 식양토거든요. 토양산도는 pH 5.5-6.8 정도가 적당하고, 너무 산성이면 석회를 뿌려서 중화시켜주는 게 좋습니다. 콩과 작물이라 질소비료는 많이 줄 필요 없는데, 오히려 질소가 과다하면 잎만 무성해지고 콩이 잘 안 달리는 현상이 생기더라고요. 파종 전에 퇴비를 충분히 넣어두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파종할 때는 보통 한 구덩이에 3-4알씩 넣고 깊이는 3-5cm 정도로 묻습니다. 너무 얕게 심으면 새들이 파먹고, 너무 깊게 심으면 싹이 올라오는 데 힘이 부쳐서 약하게 자라거든요. 줄 간격은 50-60cm, 포기 간격은 25-30cm가 표준이고, 덩굴성 품종이면 좀 더 넓게 잡아주시는 게 좋습니다. 파종 직후에는 물을 충분히 주되, 그 후로는 발아할 때까지 추가로 물을 많이 주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토양이 너무 축축하면 씨앗이 썩어버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품종별로도 파종 시기에 약간씩 차이가 있습니다. 호랑이강낭콩이나 일반적으로 많이 키우는 왜성종은 4월 중순-5월 초가 적기이고, 만성종(덩굴성)은 4월에서 5월까지 폭넓게 가능합니다. 남부지방에서는 7월 말-8월 초에 2기작도 가능한데, 가을 수확까지 고려하면 1년에 두 번 수확할 수 있는 셈이지요.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2기작 파종은 7월 25일 전후가 가장 적합하다고 합니다. 다만 2기작은 병해충 관리가 더 까다로우니 초보자는 봄 파종부터 시작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발아 후 관리도 중요한데, 본잎이 2-3장 나올 때쯤 솎아주기를 합니다. 한 구덩이에 3-4알 심었으니 그중에서 가장 튼튼한 1-2개만 남기고 나머지는 잘라내거나 뽑아주시면 되거든요. 이때 뽑지 말고 가위로 잘라내는 게 옆에 남은 묘에 충격을 덜 주는 방법입니다. 본잎이 5-6장 정도 자라면 흙을 북돋아주는 북주기를 해주는데, 이렇게 하면 뿌리가 더 단단하게 자리잡고 쓰러짐도 예방되지요. 덩굴성 품종이라면 이때쯤 지주대도 세워주셔야 합니다.
강낭콩은 비교적 키우기 쉬운 작물에 속하지만 파종 시기 한 가지만 잘 맞춰도 성공률이 80% 이상 올라간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4월에 무리해서 일찍 심기보다는 5월에 들어서 토양 온도가 안정적으로 15℃ 이상 유지되는 시점에 파종하시는 걸 권합니다. 파종 후 50-60일 정도면 풋강낭콩으로 수확이 가능하고, 완숙 강낭콩은 90-100일 정도 걸리거든요. 처음 키우시는 분이라면 5월 초 파종해서 7월 초 풋콩 수확을 목표로 잡으시면 가장 무난할 거예요. 올해 봄에는 꼭 시기 잘 맞춰서 풍성한 수확 거두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