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목서 가을 개화 달콤한 향기를 제대로 즐기려면 어느 위치에 심어야 할까요?


몇 해 전 전남 쪽으로 여행 갔을 때 어느 한옥 마당에서 낯선 향을 맡았어요. 달콤하면서도 은은한 그 향기가 어디서 오는지 한참을 찾아 헤맸는데, 담장 안쪽에 하얀 꽃이 잔뜩 핀 키 작은 나무가 있더라고요. 주인 할머니가 은목서라고 알려주셨고, 그 향을 잊지 못해 집에 와서 한 그루 주문해서 마당에 심어봤습니다. 처음 키우면서 시행착오가 꽤 있었는데,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정리해봤어요.

 

은목서는 물푸레나무과 목서속의 상록관목입니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은목서라고 부르는 나무는 구골목서인 경우가 많은데, 이건 구골나무와 목서의 교잡종이에요. 순수한 은목서는 목서의 한 종류로, 흰색 꽃이 피는 게 특징입니다. 금목서는 주황빛 꽃이 피고, 은목서는 흰색 또는 연한 크림색 꽃이 피는 게 가장 큰 구분점이거든요. 꽃 크기는 작지만 한 번 피기 시작하면 나무 전체가 하얗게 뒤덮이면서 주변에 진한 향을 퍼뜨립니다.

 

개화 시기가 독특해요. 이른 경우 8월 말에서 9월 초에 첫 꽃이 피기 시작하고, 9월 중순을 넘어가면 본격적으로 흐드러지게 핍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10월 말에서 11월까지도 꽃이 보이는데, 남부지방에서는 늦가을에도 두세 차례 나눠서 피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꽃나무들은 대부분 봄에 피는데 은목서는 가을에 꽃을 보여주니 사계절 중 쓸쓸해지기 쉬운 시기에 정원에 생기를 더해줘요.

 

꽃말이 첫사랑, 유혹이라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향이 정말 강렬하고 달콤해서 옛날부터 첫사랑의 향기에 비유되곤 했거든요. 꽃 자체는 손톱만큼 작지만 수십 수백 송이가 한꺼번에 피면서 그 작은 꽃들이 뿜어내는 향기가 마당 전체를 채웁니다. 밤에 창문을 열어두면 집 안까지 은은하게 향이 들어오는데, 개인적으로는 가을밤의 그 향기가 너무 좋아서 매년 이 시기를 기다리게 돼요.

 

재배 조건은 까다로운 편은 아닙니다. 양수목이라 햇빛을 좋아하지만 하루 종일 땡볕이 드는 자리보다는 오전에 볕이 들고 오후에 약간 그늘지는 자리를 가장 선호해요. 구골목서가 그중에서 가장 양지바른 곳을 좋아하고, 다른 목서 계열은 반그늘에서 더 잘 자랍니다. 토양은 배수가 잘 되고 유기질이 풍부한 양토가 좋고, 습기가 너무 많으면 뿌리가 썩을 수 있으니 물빠짐에 신경 써야 합니다.

 

추위에 약한 편이라 중부지방 이북에서는 월동이 쉽지 않아요. 원래 따뜻한 남부지방에서 잘 자라는 수종이라 내한성이 영하 5-10도 정도밖에 안 돼서, 서울이나 경기 북부에서는 화분에 심어 겨울에는 실내로 들이는 방식이 안전합니다. 노지에 심으려면 남부지방이어야 안정적이고, 중부지방이라도 바람이 덜 부는 남향 담장 옆 같은 자리를 골라야 해요. 겨울철에 짚이나 부직포로 둘러 보온해주면 월동 성공률이 올라갑니다.

 

성장 속도는 느린 편입니다. 1년에 10-20cm 정도 자라고, 어느 정도 크려면 5-10년은 걸려요. 대신 가지치기를 잘 해주면 원하는 모양으로 키우기 좋아서 관상용으로 인기가 많습니다. 가지치기는 꽃이 다 진 초겨울이나 봄에 하는 게 좋고, 너무 강하게 자르면 다음 해 개화가 줄어들 수 있으니 가볍게 정리하는 정도가 적당해요. 비료는 봄에 유기질 비료를 한 번, 개화 전인 늦여름에 인산과 칼륨이 풍부한 비료를 한 번 주면 꽃이 풍성하게 핍니다.

 

병해충은 비교적 적은 편이지만 깍지벌레와 응애가 가끔 붙어요. 잎이 끈적해지거나 흰 반점이 생기면 깍지벌레를 의심해볼 수 있고, 잎이 누렇게 변하면서 거미줄 같은 게 보이면 응애입니다. 초기에 발견하면 비눗물을 뿌리거나 원예용 살충제로 간단히 방제할 수 있어요. 특히 통풍이 안 되고 습한 자리에서 자주 발생하니 주변 공기 흐름을 좋게 해주는 것이 예방에 중요합니다.

 

꽃이 핀 뒤에는 꽃잎을 모아 차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물에 살짝 헹궈 그늘에 말린 뒤 밀폐용기에 보관해두면 오래 쓸 수 있고, 따뜻한 물에 우리면 달콤한 향이 나는 허브차가 됩니다. 향수나 디퓨저 재료로도 활용되는 만큼 그 향의 쓰임새가 다양해요. 가을마다 찾아오는 귀한 향기를 집에서 즐기고 싶다면 은목서 한 그루쯤 들여봐도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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