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같이 사는 가족이 저한테 “어젯밤에 잠자면서 소리 지르고 팔다리를 막 휘둘렀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전혀 기억이 안 나는데 말이에요. 한두 번이 아니라 가끔씩 그런다고 해서 좀 걱정이 되어서 찾아봤는데, 이런 증상이 렘수면행동장애라는 수면질환일 수 있다고 하더군요. 생소한 이름이라 처음엔 뭔가 싶었는데,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그냥 넘길 게 아닌 것 같아서 정리해봤습니다.
렘수면행동장애는 영어로 REM Sleep Behavior Disorder, 줄여서 RBD라고 부릅니다. 정상적인 수면에서는 렘수면(꿈을 꾸는 단계) 동안 우리 몸의 근육이 일시적으로 마비되거든요. 그래서 아무리 격렬한 꿈을 꿔도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게 정상입니다. 그런데 렘수면행동장애가 있으면 이 근육 마비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꿈속에서 하는 행동이 실제로 몸으로 나타나는 거예요.
증상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요, 잠을 자면서 소리를 지르거나, 주먹을 휘두르거나, 발을 차거나, 침대에서 뛰어내리는 등의 행동을 합니다. 대부분 꿈 내용이 누군가에게 쫓기거나 싸우는 등의 폭력적인 내용인 경우가 많다고 해요. 본인은 전혀 기억을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같이 자는 파트너가 맞거나 다치는 경우도 있어서 단순히 잠버릇이 안 좋은 거라고 넘기면 안 됩니다.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신경퇴행성 질환과의 연관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연구에 따르면, 렘수면행동장애 환자의 상당수가 향후 파킨슨병이나 루이체 치매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이행될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모든 렘수면행동장애 환자가 그런 건 아니고요, 약물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요. 항우울제 중 일부나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같은 약을 복용하면서 증상이 생기기도 하고, 알코올이나 수면제를 갑자기 끊을 때 나타나기도 합니다.
진단은 수면다원검사라는 걸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병원 수면센터에서 하룻밤 자면서 뇌파, 근전도, 심전도, 호흡, 혈중산소포화도 등을 동시에 측정하는 검사인데요, 렘수면 동안 근긴장도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유지되는지를 확인합니다. 이걸 렘수면 무긴장 소실이라고 하는데, 이 소견이 나오면서 꿈을 행동화하는 증상이 함께 있으면 렘수면행동장애로 진단하게 됩니다.
치료는 다행히 효과가 좋은 편입니다. 일차 치료제로 클로나제팜이라는 약물을 사용하는데요, 취침 전 저용량으로 시작해서 0.5-2mg 정도를 복용합니다. 거의 90%에 가까운 환자에서 효과를 보인다고 알려져 있고요, 보통 복용 첫날 밤부터 증상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클로나제팜은 벤조다이아제핀 계열 약물이라 장기 복용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는데요, 최근 연구에 따르면 렘수면행동장애 환자에서 클로나제팜을 오래 복용해도 인지기능 저하와 유의미한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클로나제팜을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멜라토닌이 대안으로 사용됩니다. 수면무호흡증이 있거나 고령으로 약물 부작용이 우려되는 분들에게 주로 처방되는데요, 클로나제팜보다는 효과가 약하지만 부작용이 적은 장점이 있어요. 두 약물을 병합해서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약물 치료와 함께 수면 환경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침대 옆에 날카로운 물건을 치우고, 침대 높이를 낮추거나 매트리스를 바닥에 놓는 것도 방법이에요. 심한 경우에는 파트너와 따로 자는 게 안전할 수 있고요. 혹시 잠자면서 이상한 행동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거나, 자고 일어났는데 설명할 수 없는 멍이나 상처가 있다면 신경과나 수면클리닉에 한번 방문해보시는 걸 권합니다. 조기에 발견해서 관리하면 본인도 파트너도 훨씬 안전하게 잠잘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