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을 계획하면서 바르셀로나 근교에 가볼 만한 곳을 찾다가 몬세라트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됐어요. 가우디 건축만 보려고 했는데, 다녀온 사람들 후기를 읽어보니 몬세라트가 바르셀로나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하는 분들이 꽤 많더라고요.
몬세라트는 바르셀로나에서 북서쪽으로 약 60km 떨어진 곳에 있는 산이에요. 이름이 카탈루냐어로 톱으로 자른 산이라는 뜻인데, 실제로 보면 이름이 딱 맞아요. 6만여 개의 기암괴석이 해저에서 융기해서 만들어진 지형이라 톱니바퀴 모양처럼 울퉁불퉁한 바위산이 장관을 이루거든요. 이 산 중턱 해발 720m 지점에 몬세라트 수도원이 자리 잡고 있어요.
수도원의 역사가 상당히 깊어요. 11세기에 창건된 베네딕트회 수도원인데, 이곳에 보관되어 있는 검은 성모 마리아 상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요. 이 성모상은 약 12세기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촛불 그을음에 의해 검게 변했다고 해요. 카탈루냐 사람들은 이 검은 성모를 라 모레네타라고 부르면서 수호성인으로 모시고 있어요.
방문객들이 가장 많이 줄을 서는 곳이 바로 이 검은 성모상 앞이에요. 성모상의 오른손을 만지면서 기도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거든요. 대기 시간이 30분에서 길면 1시간 넘게 걸리기도 하니까 일찍 가시는 게 좋아요. 성당 2층에 올라가면 만나볼 수 있어요.
놓치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가 에스콜라니아 소년 성가대 공연이에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라는 평가를 받는 소년합창단인데,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소년합창단 중 하나이기도 해요. 공연은 보통 평일 오후 1시경에 진행되는데, 무료로 들을 수 있어요. 성당의 울림 좋은 음향 속에서 듣는 합창은 종교가 없는 분들도 감동받을 만한 경험이에요.
교통편은 바르셀로나 스페인광장(Plaza de Espana)에서 FGC 열차를 타고 몬세라트역까지 간 다음, 거기서 산악열차 또는 케이블카로 올라가는 방식이에요. 통합 패스를 구매하면 열차, 산악열차, 케이블카, 푸니쿨라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데, 가격은 약 29.5유로 정도예요. 바르셀로나에서 왕복 2-3시간 정도 이동 시간이 걸려요.
수도원 외에도 주변 하이킹 코스가 잘 조성되어 있어요. 산트 헤로니 봉우리까지 올라가는 코스가 대표적인데, 편도 약 1시간 정도 걸려요. 정상에서 보는 카탈루냐 평원과 피레네 산맥의 전망이 정말 압도적이라고 해요. 체력에 자신이 있다면 꼭 올라가보시는 걸 추천해요. 좀 더 가벼운 산책로도 있어서 체력에 맞게 선택할 수 있어요.
방문 시간은 반나절에서 하루 정도 잡으시면 돼요. 수도원만 둘러보고 성가대 공연까지 들으려면 최소 3-4시간은 필요하고, 하이킹까지 하시려면 아침 일찍 출발해서 하루를 통째로 쓰시는 게 좋아요. 점심은 수도원 근처에 레스토랑과 카페가 있어서 식사가 가능해요.
바르셀로나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곳 중에서 몬세라트는 자연과 문화 두 가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드문 장소예요. 기암괴석의 압도적인 풍경과 천 년이 넘는 수도원의 경건한 분위기가 어우러진 곳이라 오래 기억에 남는 여행지가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