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을 장기 보유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면 반응이 꽤 갈립니다. 누군가는 너무 위험하다고 하고, 누군가는 이미 늦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전략이 아예 말이 안 되는 선택이냐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다만 아무 전제 없이 “그냥 들고 있으면 언젠간 오르겠지”라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위험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비트코인 장기 보유가 의미를 가지려면 가장 먼저 전제가 되는 건 변동성을 감당할 수 있느냐입니다. 비트코인은 하루에도 두 자릿수로 오르내릴 수 있는 자산입니다. 몇 년을 본다고 해도 중간 과정은 굉장히 거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걸 보고도 밤에 잠을 잘 수 있는지, 중간에 흔들리지 않고 버틸 수 있는지가 정말 중요합니다. 이게 안 되면 장기 보유는 말 그대로 스트레스 테스트가 됩니다.
두 번째 전제는 돈의 성격입니다. 생활비나 가까운 시일 내에 써야 할 자금으로는 장기 보유 전략이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비트코인은 언제든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당장 써야 할 돈이 묶여 있으면 판단이 급해집니다. 장기 보유가 의미 있으려면, 최소 몇 년은 없어도 되는 자금이어야 합니다. 이 기준이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기술이나 구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전제가 됩니다. 비트코인을 단순히 가격 그래프로만 보면 장기 보유는 거의 믿음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왜 이 자산이 존재하는지, 어떤 구조로 돌아가는지, 무엇이 장점이고 한계인지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가격이 빠질 때도 “이건 구조적인 문제인가, 아니면 시장 분위기인가”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장기 보유가 의미를 가지는 또 하나의 조건은 투자 목표가 명확한 경우입니다. 단기 차익이 목적이라면 굳이 장기 보유를 고집할 이유는 없습니다. 반대로 인플레이션 헤지, 장기 자산 분산, 미래 기술에 대한 베팅 같은 관점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건 수익률의 문제가 아니라, 포트폴리오 안에서 어떤 역할을 맡길 거냐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시간에 대한 태도도 중요합니다. 장기 보유는 기다림이 기본값입니다. 몇 달 동안 아무 일도 안 일어날 수도 있고, 오히려 계속 빠지는 구간이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때 조급해지지 않고 계획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장기 보유라고 말은 쉽게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가장 어렵습니다.
또 하나 현실적인 전제는 규제와 환경 변화에 대한 인식입니다. 비트코인은 아직 제도적으로 완전히 정착된 자산은 아닙니다. 국가 정책, 규제 방향, 시장 구조 변화에 따라 환경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장기 보유를 하겠다면 이런 변수 자체를 리스크로 받아들이고 가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비트코인 장기 보유는 확신보다는 가설에 가깝다고 느낍니다. 이 기술과 자산이 앞으로도 의미를 가질 것이라는 가설에 동의한다면 보유가 가능한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불편한 선택이 됩니다. 중요한 건 남들이 한다고 따라가는 게 아니라, 내가 이 가설을 감당할 수 있느냐입니다.
정리하자면 비트코인 장기 보유 전략은 높은 변동성을 감당할 수 있고, 장기간 묶어도 되는 자금이며, 자산의 구조와 리스크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을 때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단순한 기대감이 아니라, 전제와 목적이 분명할수록 이 전략은 조금 더 현실적인 선택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