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과 부채는 서로 깊이 얽혀 있어요. 겉으로 보면 물가가 내려가는 게 소비자 입장에선 좋은 일처럼 느껴지지만, 경제 전체로 보면 부채 부담을 크게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먼저 디플레이션이 일어나면, 돈의 가치가 올라갑니다. 같은 돈으로 더 많은 물건을 살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런데 부채는 금액이 고정돼 있습니다. 물가가 떨어지고 임금이 줄면, 사람들의 소득은 감소하지만 빚은 그대로 남아요. 결과적으로 실질 부채 부담이 커지는 겁니다.
예를 들어 1억 원을 빌렸다고 해볼게요. 물가가 내려가면 소득도 줄고, 현금 흐름이 약해지니까 그 1억 원의 무게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예요. 상품 가격이 떨어지면 매출이 줄고, 이익이 줄어드니 부채 상환이 점점 어려워집니다. 결국 채무불이행 위험이 커지고, 투자나 고용이 위축되죠.
이런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부채 디플레이션(debt deflation)’이라고 부릅니다. 물가가 떨어질수록 실질 부채가 늘어나고,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면서 다시 물가가 더 내려가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1930년대 대공황이 대표적인 사례예요. 당시에는 부채 부담 때문에 소비가 급감했고, 기업들이 도산하면서 실업이 폭증했죠.
또한 디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춰도 경기부양 효과가 작아집니다. 이미 금리가 낮은데 물가가 계속 떨어지면, 실질 금리는 오히려 높아지는 셈이 되거든요. 그렇게 되면 차입을 더 줄이고, 빚 갚기에 몰두하는 분위기가 생겨요. 그 결과 경제는 더욱 움츠러들게 됩니다.
결국 디플레이션은 단순히 물가가 내려가는 현상이 아니라, 경제 전체의 부채 부담을 키워서 성장 동력을 약하게 만드는 위험한 흐름이에요. 부채가 많은 사회일수록 디플레이션이 훨씬 치명적으로 작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