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학교 현장에선 기대도 있지만 동시에 굉장히 많은 현실적인 어려움도 같이 따라붙고 있어요. 특히 교사 배치 문제랑 수업 준비 쪽에서 복잡한 상황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학생들이 과목을 선택해서 듣는 구조이다 보니, 당연히 다양한 과목이 개설돼야 하고 그에 맞춰서 교사도 필요해지는데요. 문제는 모든 학교에 그걸 가르칠 수 있는 교사가 다 있는 건 아니라는 거예요. 어떤 과목은 아예 개설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있고, 반대로 어떤 과목은 학생들이 너무 몰려서 담당 교사가 감당이 안 되기도 해요. 과목마다 쏠림이 생기고 그걸 조율하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래요.
게다가 지방이나 소규모 학교는 더 힘들대요. 예를 들어 특정 진로 과목 하나 들으려고 하는 학생이 몇 명 있는데, 그걸 위해 전문 교사를 새로 배치하거나 외부 강사를 불러오기는 쉽지 않잖아요. 인사 시스템 자체가 아직 그런 유연함을 따라가기 어려운 구조라서, 제도는 바뀌었지만 사람 배치는 그대로여서 생기는 괴리감이 있어요.
수업 준비 쪽도 얘기 들어보면 만만치 않아요. 학생들 수준도 다르고, 관심도 다르고, 학습 방식도 다른데 그걸 한 교사가 전부 맞춰야 하니까 수업 설계하는 데 시간이 두세 배는 걸린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거기다 실험 장비나 교구 같은 것도 다 갖춰진 게 아니고, 새로 시작하는 과목은 자료도 없고 선례도 없어서 정말 기초부터 다 만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평가 방식도 고민이에요. 절대평가라든지 성취기준 중심 평가 같은 걸 적용해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대요. 수행평가 비중도 늘어나고, 채점 기준도 일괄적일 수 없어서 평가 하나 준비하는 데 드는 에너지가 엄청나대요.
그리고 시간표 짜는 거요. 학생들이 듣고 싶은 과목을 각각 다르게 고르다 보니, 시간표 충돌이 생기거나 교실 배치가 꼬이고, 어떤 교사는 여러 과목을 동시에 맡으면서 여기저기 교실을 옮겨다녀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고 해요. 실제로 어떤 학교는 시간표 짜는 데 며칠씩 밤새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교사 역량 강화도 중요한데, 새로 배운 과목이 많아지니까 당연히 교사들도 그에 맞는 연수나 준비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근데 수업 준비도 바쁜데 그걸 병행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얘기도 많고요. 특히 행정업무까지 겹치면 하루하루가 너무 벅차다고들 해요
제도가 나쁜 건 아닌데, 학교가 그걸 감당할 준비가 덜 됐다는 말들이 많아요. 제도는 빠르게 바뀌었는데, 사람이나 예산, 시간 같은 자원은 그대로니까 당연히 현장에선 힘들 수밖에 없는 구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