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딸나무는 나무라기보다는 어디선가 조용히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는 친구 같은 존재예요. 계절이 조금씩 바뀌는 걸 몸으로 먼저 느끼고, 그걸 꽃과 열매로 조용히 드러내는 나무죠. 그래서 정원이나 산책길에서 산딸나무를 발견하면, 아 이제 봄이 왔구나, 이제 가을이 오려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곤 해요.
이 나무는 보통 5월에서 6월 사이에 꽃을 피워요. 그런데 흥미로운 건, 우리가 흔히 ‘꽃’이라고 부르는 그 흰색 넓은 꽃잎 같은 건 사실 꽃잎이 아니라 ‘포엽’이에요. 진짜 꽃은 그 가운데 작고 녹색을 띠는 부분인데, 눈에 잘 띄진 않아요. 그래서 멀리서 보면 하얀 꽃이 피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뭔가 살짝 다르다는 느낌을 받기도 해요.
꽃이 진 자리에 열매는 8월 말에서 9월 사이에 맺히기 시작해요. 붉고 동그란 열매가 뭉쳐 있는 모습인데, 생긴 건 마치 작고 단단한 딸기처럼 보여요. 그래서 산딸나무라는 이름이 붙은 거죠. 이 열매는 새들이 굉장히 좋아해서, 열매가 익기 시작하면 다양한 새들이 찾아와 분주해지기도 해요.
열매는 사람도 먹을 수 있지만, 아주 달거나 자극적인 맛은 아니에요. 살짝 떫은맛이 섞인 달콤함이라고 해야 할까요. 생으로 먹기보다는 잼이나 술로 만들어 먹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해요. 특히 시골에서는 이 열매를 따다가 오미자처럼 담가 먹기도 했대요.
산딸나무는 꽃도 예쁘고, 열매도 독특하고, 무엇보다 가을이 되면 잎이 붉게 물들어서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나무예요. 관상용으로도 인기가 많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정원수로 자주 심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어느 한 계절만 반짝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봄부터 가을까지 천천히 존재감을 드러내는 게 이 나무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