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를 직접 길러보면 참 신기합니다. 바닥에 잎 몇 줄 심었을 뿐인데, 몇 달 지나면 땅속에서 포동포동한 고구마가 쏙쏙 올라오니까요. 하지만 그 시작이 되는 고구마 모종은 아무 때나 심는다고 되는 건 아니에요. 시기와 조건이 조금만 어긋나도 수확량이 뚝 떨어질 수 있거든요.
고구마 모종을 심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보통 5월 초부터 6월 중순 사이입니다. 이 시기에는 기온이 20도 이상으로 안정돼 있고, 서리가 내릴 걱정도 없기 때문에 뿌리가 활착되기에 딱 좋은 환경이죠. 너무 이른 봄에는 땅이 아직 차가워서 모종이 자리를 못 잡고, 너무 늦으면 수확할 시간 없이 첫 추위를 맞게 되니 적당한 타이밍을 잡는 게 중요합니다.
기온뿐 아니라 토양 조건도 신경 써야 해요. 고구마는 물빠짐이 좋고, 통기성이 좋은 흙을 좋아합니다. 모래가 섞인 사양토가 가장 좋고, 너무 질거나 단단한 땅은 뿌리가 제대로 뻗지 못해서 고구마가 휘거나 작게 자랄 수 있어요.
심기 전엔 땅을 깊이 갈아엎고, 거름도 미리 잘 섞어두는 게 좋아요. 보통 퇴비는 심기 2-3주 전에 넣고 미리 숙여줘야 뿌리 타지 않고 잘 자라거든요. 땅이 준비되면 30센티 간격으로 모종을 눕혀서 심고, 줄 간격은 60-70센티 정도로 두면 적당합니다.
물을 주는 건 초반 일주일이 가장 중요해요. 활착이 잘 돼야 줄기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뿌리를 내리고, 이후엔 건조한 날씨에도 비교적 잘 견딥니다. 다만 긴 장마철이나 폭우가 예상되면 배수로를 미리 마련해두는 게 안전합니다.
처음엔 잎만 무성해서 잘 되고 있는 건가 싶지만, 여름을 지나면 땅속에서 조용히 알차게 자라고 있으니 너무 조급해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고구마는 기다림을 잘 아는 작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