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제사라고 하면 밤새 음식을 장만하고, 상 차림도 정해진 형식대로 하나하나 맞추는 일이었지만, 요즘은 조금 다르게 접근하는 가정이 많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그대로 간직하면서, 형식은 조금 더 실용적으로 바꿔가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제사 음식의 종류를 간소화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전통 제사상은 20가지가 넘는 음식을 차려야 했지만, 현대 가정에서는 조율이시, 나물 3가지, 탕 1가지, 구이류, 밥과 국 정도로 간단하게 구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포함하거나, 반대로 너무 번거로운 전은 생략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정성과 마음이지, 숫자가 아니니까요.
제사 시간도 점차 바뀌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자정에 지내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가족들이 모이기 쉬운 저녁 시간이나 주말로 옮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꼭 날짜를 고집하지 않고, 가족이 함께 모일 수 있는 날을 택해 그 의미를 더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는 셈입니다.
상 차림도 실용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정갈한 테이블에 간단히 올리고, 지방 대신 영정사진을 놓는 가정도 있습니다. 혹은 전통적인 지방을 그대로 쓰되, 종이 대신 디지털 액자나 인쇄물로 준비하는 경우도 보입니다.
절차 또한 간단해졌습니다. 초헌, 아헌, 종헌 같은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대표 한 사람이 술을 올리고 간단히 묵념하는 방식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형제들이 함께할 경우에도 순서를 나눠 간단히 진행하거나, 서로의 방식에 대해 유연하게 이해하며 함께하는 분위기가 생깁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제사를 집이 아닌 외부 공간에서 지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납골당에서 가족이 둘러앉아 헌화와 묵념만으로 제사를 대신하거나, 작은 음식을 준비해 다 같이 나눠 먹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여기는 가정도 늘고 있습니다.
결국 제사의 의미는 형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조상에 대한 기억과 감사의 마음, 그리고 그걸 나누는 가족의 시간에 있습니다. 시대가 바뀐 만큼, 그 마음을 지키면서도 우리 삶에 맞는 방식으로 조율해나가는 것도 충분히 존중받을 수 있는 모습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