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바둑은 철저히 인간의 영역이었습니다. 수많은 수읽기, 직관, 감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사고의 결과로 승부가 갈리는 고도의 심리전이었지요. 그런데 인공지능의 등장이 그 판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변화는 바로 ‘학습의 방식’입니다. 예전에는 기력 향상을 위해 프로기사의 기보를 따라 두며 공부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요, 이제는 AI가 추천하는 수, 이른바 ‘정석파괴’ 수를 중심으로 공부하는 방식이 보편화되었습니다. 프로 기사들조차 “AI가 추천하니까 한번 두어봐야겠다”는 식으로 기존 사고의 틀을 깨고 새로운 수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게 되었지요.
대국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AI의 발달 이후, 실시간으로 인공지능이 추천수를 분석해주는 중계가 생기면서, 관전자들은 더 깊이 있는 이해와 해설을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누가 이기고 지는지를 넘어서, 왜 그 수가 좋은 수인지, 다음 수는 어떻게 전개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또한 대국 준비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상대방의 기풍을 연구하고 이를 분석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AI를 활용해 특정 포석이나 장면에서 최선의 대응을 찾고 반복적으로 시뮬레이션하며 대국을 준비합니다. 이로 인해 경기 자체가 더욱 고도화되고, 실수 없는 싸움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건, AI 덕분에 오히려 사람의 직관이 더 주목받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AI가 추천하는 최선의 수를 그대로 따라두기보다는, 그 속에서 인간만의 감각과 스타일을 더해 ‘AI 플러스 인간’의 새로운 전략을 만드는 흐름이 생겼습니다. 덕분에 바둑은 더욱 다채롭고 예측 불가능한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AI가 바둑에 가져온 영향은 단순한 도구의 수준을 넘어, 바둑을 ‘다르게 생각하는 법’ 자체를 바꿔놓았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