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계획 세우다가 이탈리아 지도를 펼쳐봤더니 머릿속이 엉키는 경험 한번쯤 해보셨지요. 로마만 알고 있었는데 친구가 “그러면 피렌체랑 베네치아는 어느 쪽이야?”라고 물으니 바로 대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장화 모양이라는 건 알겠는데 지역이 20개나 있고 각 지역마다 중심 도시가 또 다르니까 어디서부터 머리에 담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제대로 알려면 큰 그림부터 잡는 게 좋은데요. 이탈리아는 본토와 두 개의 큰 섬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본토는 알프스산맥 아래쪽으로 길게 뻗어 있고, 서쪽 바다인 티레니아해에 사르데냐가, 남쪽 바다 건너편에 시칠리아가 자리 잡고 있어요. 본토는 이탈리아반도라고 부르는데 흔히 말하는 장화 모양이 바로 이 부분이고, 장화 뒤꿈치랑 발등 쪽에 해당하는 지역이 남부 풀리아와 나폴리 쪽입니다.
행정구역은 레지오네라고 부르는 주가 총 20개 있고, 그 아래 프로빈차라는 도 단위가 110개 정도로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여행자가 다 외울 필요는 없지만 북부, 중부, 남부, 섬 지역 정도로 크게 네 덩어리를 나눠서 이해하면 훨씬 편해지거든요. 북부는 알프스에 가까운 산악지대와 포강 유역 평원, 중부는 르네상스 예술과 와인의 본고장, 남부는 따뜻한 기후의 해변 지역, 그리고 시칠리아와 사르데냐 두 섬이 별도로 있다고 기억해두시면 좋아요.
북부부터 살펴보면 롬바르디아주가 가장 유명한데요. 중심 도시가 바로 밀라노입니다. 패션과 금융의 도시로 알려졌고 두오모 성당이 있는 곳이지요. 롬바르디아는 알프스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이 풍부해서 이탈리아 최대 곡창지대이기도 합니다. 그 서쪽에 피에몬테주가 붙어 있고 중심은 토리노예요. 예전에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그 도시 맞고요. 동쪽으로 가면 베네토주가 나오는데 중심이 베네치아입니다. 물의 도시로 유명한 그곳이 바로 이 지역에 속해 있어요.
리구리아주도 북부에 포함되는데 제노바가 중심이고 친퀘테레 같은 해안 마을들이 이 지역 소속입니다. 그리고 토스카나가 중부로 넘어가는 경계쯤에 자리하고 있어요. 사실 토스카나는 중부로 분류되는 게 일반적인데, 중심 도시가 피렌체라는 걸 알고 계신 분 많을 거예요. 피사의 사탑이 있는 피사, 와인으로 유명한 시에나, 그리고 몬테풀치아노 같은 작은 마을들이 전부 토스카나 소속입니다.
중부의 핵심은 역시 라치오주인데요.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바티칸은 행정적으로는 별도 독립국이지만 지리적으로는 로마 안에 둘러싸여 있는 형태예요. 움브리아주는 라치오 동쪽에 있고 페루자가 중심인데 “이탈리아의 녹색 심장”이라고 불릴 만큼 자연이 아름답습니다. 마르케주는 아드리아해 쪽에 붙어 있고요.
남부로 내려오면 캄파니아주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데 중심이 나폴리입니다. 피자의 발상지로 유명하고, 옆에 폼페이 유적지랑 아말피 해안이 붙어 있어요. 장화 뒤꿈치에 해당하는 풀리아주는 중심이 바리이고, 하얀 돌집이 모여 있는 알베로벨로가 이 지역에 있습니다. 칼라브리아주는 장화 앞코 부분이고, 바로 아래 메시나 해협 건너편이 시칠리아섬이에요.
섬 지역은 별개로 보시는 게 편합니다. 시칠리아섬은 주도가 팔레르모이고 에트나 화산과 타오르미나 해안이 유명해요. 사르데냐섬은 주도가 칼리아리이고 본토와는 사뭇 다른 언어와 문화가 남아 있는 지역입니다. 두 섬 모두 자치주 지위를 가지고 있어서 일반 주보다 행정적 자율성이 크다는 특징도 있고요.
지도를 머릿속에 담을 때 추천 드리는 방법은, 주요 도시 일곱 개만 먼저 위치를 기억하시는 거예요. 밀라노(북서), 베네치아(북동), 피렌체(중북), 로마(중서), 나폴리(남서), 바리(남동), 팔레르모(시칠리아) 이렇게 일곱 개를 장화 모양 위에 찍어보면 전체 지리 감각이 잡힙니다. 여기에 추가로 토리노(북서 끝), 제노바(북서 해안), 피사(중서 해안) 정도를 덧붙이면 거의 대부분의 관광지가 어디쯤인지 감이 오거든요.
여행 동선을 짤 때도 이 지역 구분이 큰 도움이 됩니다. 보통 2주 이내 일정이면 북부(밀라노-베네치아-피렌체-로마) 라인을 타거나, 아니면 남부(로마-나폴리-아말피-시칠리아)로 내려가는 식으로 나눠서 짜는 게 동선이 깔끔하거든요. 고속철도 프레치아로사가 주요 도시들을 빠르게 이어줘서 밀라노에서 로마까지 3시간 정도면 이동이 가능하니까 이 노선을 축으로 삼으면 편합니다.
지역마다 음식도 확연히 달라서 지도를 기억해두면 현지에서 뭘 먹을지 고르기도 훨씬 쉬워져요. 에밀리아로마냐주에서는 파르마햄과 볼로냐 라구소스, 캄파니아에서는 나폴리 피자, 토스카나에서는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 시칠리아에서는 아란치니 같은 식으로 지역 대표 음식이 확실하거든요. 지도 위에 이런 음식 지도를 겹쳐서 기억하면 이탈리아 지리가 훨씬 입체적으로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