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에 살 때 집주인이 에어컨 설치를 해주지 않아서 이동식 에어컨을 사본 적이 있어요. 설치 없이 바로 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거든요. 실제로 사용해보니 장점도 있고 아쉬운 점도 있었는데, 이동식 에어컨을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경험과 함께 정리해봤습니다.
이동식 에어컨은 이름처럼 바퀴가 달려 있어서 원하는 곳으로 이동해서 쓸 수 있는 에어컨이에요. 벽걸이나 스탠드 에어컨처럼 실외기를 따로 설치할 필요가 없어서, 에어컨 설치가 어려운 환경에서 대안으로 많이 선택합니다. 원룸, 고시원, 오피스, 컨테이너 같은 공간에서 특히 유용해요.
가장 큰 장점은 설치가 간편하다는 거에요. 박스에서 꺼내서 배기 호스를 창문에 연결하고 전원만 켜면 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설치 기사를 부를 필요도 없고, 벽에 구멍을 뚫을 필요도 없어요. 이사할 때도 그냥 들고 가면 되니까 자취생이나 자주 이사하시는 분들에게 편리합니다.
가격도 부담이 적은 편이에요. 20만원대부터 구매할 수 있어서 벽걸이 에어컨 설치비까지 포함한 비용과 비교하면 확실히 저렴합니다. 창문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고요.
다만 냉방 효율은 솔직히 벽걸이에 비하면 떨어져요. 이게 구매 후 가장 많이 후회하시는 부분인데, 인버터 벽걸이 에어컨의 3분의 1 정도 수준밖에 안 되거든요. 작은 방 하나를 시원하게 하는 건 가능하지만, 넓은 거실이나 큰 공간은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밀폐가 잘 안 되는 공간에서는 효과가 더 떨어지고요.
소음도 좀 큰 편입니다. 실외기가 없는 대신 본체 안에서 압축기가 돌아가기 때문에 소리가 꽤 나요. 주방 후드를 켜놓은 것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낮에는 괜찮은데 밤에 잠을 잘 때 소음에 민감한 분들은 불편할 수 있어요.
배수 관리도 신경 쓸 부분이에요. 이동식 에어컨은 냉방 과정에서 응축수가 생기거든요. 물통에 물이 차면 비워줘야 하는데, 대부분의 제품이 물통 분리형이 아니라 기울여서 하단 마개로 배수하는 방식이에요. 습한 날에는 물이 빨리 차서 하루에 한두 번은 비워줘야 할 수 있습니다.
전기요금도 확인해보셔야 해요. 이동식 에어컨 자체의 소비전력은 벽걸이보다 낮지만, 같은 공간을 같은 온도로 냉방하려면 더 오래 돌려야 하기 때문에 실제 전기요금은 오히려 더 나올 수 있어요. 한 달 풀가동 기준으로 벽걸이 대비 전기요금이 2배 이상 차이가 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배기 호스 설치 방법도 미리 알아두세요. 뜨거운 공기를 밖으로 빼내야 하기 때문에 창문에 호스를 연결하는 건 필수예요. 창문 틈새로 호스를 내보내는 게 기본인데, 이때 창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으니까 틈새로 더운 공기가 다시 들어오는 문제가 있어요. 이걸 막기 위한 창문 밀봉 키트를 별도로 구매하시는 게 좋습니다. 대부분 5,000원-15,000원 정도에 구할 수 있어요.
저는 원룸에서 한 여름을 이동식 에어컨으로 보냈는데, 작은 방 하나는 확실히 시원하게 할 수 있었어요. 다만 소음 때문에 잘 때는 좀 불편했고, 물통 비우는 것도 귀찮긴 했습니다. 에어컨 설치가 어려운 상황에서 차선책으로는 충분하지만, 설치가 가능한 환경이라면 벽걸이를 추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