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집 리모델링을 할 때 현장 감독님이 안전모를 쓰라고 하셔서 처음으로 써봤거든요. 그때는 그냥 머리 보호하는 모자 아닌가 싶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까 안전모도 종류가 있고 등급이 나뉘더라고요. 산업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이미 잘 아시겠지만, 처음 접하는 분들을 위해 정리해봤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안전모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세 가지 종류로 나뉘어요. AB종, AE종, ABE종이 그것인데요. 이 분류가 중요한 이유는 작업 환경에 따라 써야 하는 안전모가 다르기 때문이에요. 잘못된 종류의 안전모를 착용하면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할 수 있거든요.
먼저 AB종 안전모는 물체의 낙하나 비래, 그리고 추락에 의한 위험을 방지하거나 경감시키는 용도예요. 위에서 뭔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때, 또는 본인이 떨어질 때 머리를 보호해주는 기본적인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건설 현장이나 고소 작업 현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타입이에요.
AE종은 물체의 낙하와 비래 위험 방지에 더해서 머리 부위 감전 위험까지 방지할 수 있는 안전모입니다. 전기 작업이 이루어지는 현장에서 필수적으로 착용해야 하는 종류인데요, 절연 기능이 포함되어 있어서 일정 수준의 전류가 흘러도 머리를 보호해줄 수 있어요. 다만 추락 방지 기능은 AB종에 비해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ABE종은 AB종과 AE종의 기능을 모두 합친 것으로, 낙하 비래 추락 위험은 물론 감전 위험까지 방지할 수 있는 가장 포괄적인 안전모예요. 건설과 전기 작업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복합 현장에서 많이 사용됩니다. 당연히 성능이 가장 높은 만큼 가격도 좀 더 나가는 편이에요.
안전모를 고를 때 확인해야 할 것들이 몇 가지 있어요. 가장 먼저 안전인증 마크(KCs)가 있는지 확인하셔야 합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산업용 안전모는 반드시 이 인증을 받아야 하거든요. 인증 없는 안전모는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것이니 절대 현장에서 사용하시면 안 됩니다.
착용감도 중요한 선택 기준이에요. 안전모 내부에는 충격흡수재와 머리띠가 있는데, 이게 머리에 잘 맞아야 충격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분산이 됩니다. 너무 크거나 작으면 충격 흡수 효과가 떨어지고, 작업 중에 벗겨질 수도 있어서 위험해요. 최근에는 라쳇 방식으로 머리둘레를 조절할 수 있는 제품이 많이 나와 있어서 편하게 맞출 수 있습니다.
안전모의 수명도 알아두셔야 해요. 플라스틱 재질의 안전모는 자외선에 노출되면 점점 경화되면서 강도가 약해지거든요. 그래서 사용 기간은 제조일로부터 2년을 넘기지 않는 것이 권장되고, 실외에서 계속 사용하는 경우에는 1년 정도에 교체하는 게 안전합니다. 한 번이라도 강한 충격을 받은 안전모는 외관상 이상이 없어 보여도 내부 구조가 손상되었을 수 있으니 바로 폐기하고 새 것으로 교체하셔야 해요.
내관통성 기준도 있는데요, AE종과 ABE종은 관통거리가 9.5밀리미터 이하여야 하고, AB종은 11.1밀리미터 이하여야 합니다. 이건 위에서 뾰족한 물체가 떨어졌을 때 안전모를 뚫고 들어오는 정도를 측정한 수치에요. 숫자가 작을수록 더 안전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요즘은 안전모에 바이저나 귀덮개를 부착할 수 있는 제품도 있고, 통풍구가 달린 것도 있어서 여름철 현장에서 쓰기 편한 모델도 많아졌어요. 다만 통풍구가 있는 모델은 용융금속이 튀는 작업 환경에서는 적합하지 않으니 작업 환경에 맞게 선택하는 게 중요합니다. 본인의 작업 현장에 어떤 위험 요소가 있는지 먼저 파악한 다음에 그에 맞는 종류를 고르시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