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시골 어르신들이 밭둑이나 개울가에서 뭔가를 한 아름 뜯어오시는 걸 본 적 있잖아요. 어릴 때 할머니가 노란 꽃이 피는 풀이라며 따온 걸 데쳐서 나물로 해주셨는데, 나중에 그게 원추리라는 걸 알았거든요. 근데 맛있다고 아무렇게나 먹었다가는 탈이 날 수 있다고 해서 좀 놀랐어요. 오늘은 원추리 나물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려고 합니다.
원추리는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전국 산야에서 흔히 볼 수 있어요. 봄에 올라오는 어린 순을 나물로 먹고, 여름에는 주황색이나 노란색의 예쁜 꽃이 피는데 이 꽃도 식용이 가능해요. 옛날부터 망우초라는 별명으로 불렸는데, 근심을 잊게 해주는 풀이라는 뜻이에요. 실제로 원추리에는 심신을 안정시키고 우울증을 완화하는 성분이 들어 있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원추리 나물의 효능은 생각보다 다양해요.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서 노화 방지에 도움이 되고, 연구에 따르면 원추리 꽃잎에서 추출한 성분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해요. 특히 잎과 줄기에서 추출한 성분이 대장암 세포의 성장과 증식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패혈증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요.
하지만 여기서 정말 중요한 게 있어요. 원추리에는 콜히친이라는 독성 물질이 들어 있거든요. 특히 자라면서 이 성분이 점점 많아지기 때문에 어린 순만 채취해야 하고, 반드시 독을 빼는 과정을 거쳐야 해요. 콜히친이 3-20밀리그램 정도만 체내에 흡수돼도 구토, 설사, 복통 같은 소화기 증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대변이나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올 수 있어요. 최악의 경우 신부전까지 올 수 있으니 절대 가볍게 볼 게 아닙니다.
그래서 원추리 나물을 먹을 때는 손질이 핵심이에요. 먼저 채취는 10-15센티 정도의 어린 순만 하는 게 좋아요. 수확한 원추리는 끓는 물에 충분히 데쳐야 하는데, 살짝 데치는 정도로는 안 돼요. 넉넉하게 데친 다음에 찬물에 2시간 이상 담가놔야 콜히친이 빠져나갑니다. 이 과정을 대충 하면 독성이 남아 있을 수 있으니까 귀찮더라도 꼭 시간을 지켜주세요.
독 빼기가 끝나면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할 수 있어요. 가장 기본적인 건 나물무침인데, 데친 원추리의 물기를 꼭 짜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참기름, 간장, 다진 마늘, 깨소금을 넣고 무치면 돼요. 된장으로 무치면 구수한 맛이 살고, 초고추장에 무치면 새콤달콤한 맛을 낼 수 있습니다. 된장국에 넣어도 좋고 비빔밥 재료로도 잘 어울려요.
보관법도 알아두면 좋은데요. 데친 원추리는 물기를 잘 빼서 밀폐 용기에 넣으면 냉장고에서 3-4일 정도 보관할 수 있어요. 오래 두고 먹으려면 데친 후에 꼭 짜서 비닐백에 넣고 냉동하면 됩니다. 말려서 보관하는 방법도 있는데, 잘 말린 원추리는 밀봉해서 서늘한 곳에 두면 오래 가요. 먹을 때 물에 불려서 사용하면 됩니다.
주의해야 할 점도 짚어드릴게요. 맥이 약하거나 아랫배가 찬 분들은 원추리 섭취를 자제하는 게 좋고, 임산부는 아예 먹지 않는 게 안전해요. 말린 기준으로 하루 40그램 이상은 먹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고요. 옛 한방 문헌에서는 원추리를 한꺼번에 과식하면 시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기록도 있으니 적당히 드시는 게 좋습니다.
원추리 나물은 제대로 손질만 하면 맛도 좋고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훌륭한 봄나물이에요. 다만 독성 때문에 아무렇게나 먹으면 안 된다는 점, 반드시 충분히 데치고 물에 오래 담가야 한다는 점만 기억해주시면 됩니다. 올봄에 시장이나 마트에서 원추리를 보시면 한번 도전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