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외할머니 댁 뒷산에 가면 가을마다 조그맣고 딱딱한 배가 주렁주렁 달리는 나무가 있었어요. 어릴 때는 그냥 못 먹는 배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돌배나무였더라고요. 요즘은 건강에 관심 있는 분들 사이에서 돌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해서, 한번 제대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돌배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 활엽 교목으로, 높이가 10미터 정도까지 자라요. 우리나라 산지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토종 나무인데, 재배하는 배나무의 조상격이라고 할 수 있죠. 봄에 4-5월쯤 되면 하얀 꽃이 우산 모양으로 6-9개씩 모여서 피는데, 이 꽃이 은근히 예뻐요. 벚꽃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청초한 느낌이 있거든요.
열매는 10월 이후에 갈색으로 익는데, 보통 첫서리가 내린 다음에 수확해요. 일반 배랑 비교하면 크기가 훨씬 작고 동글동글한 편이에요. 지름이 2-3센티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석세포가 많아서 그냥 생으로 먹으면 까끌까끌하고 맛이 별로인데, 그래서 옛날부터 주로 약용이나 담금주 재료로 많이 썼습니다.
돌배나무의 효능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게 기관지 건강이에요. 한방에서는 잎, 열매, 줄기, 뿌리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부위를 약재로 사용하는데, 특히 감기나 기침, 해열 같은 폐 관련 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실제로 민간에서 돌배를 달여 먹는 건 감기 걸렸을 때 배즙 만들어 먹는 것과 비슷한 맥락인데, 돌배는 일반 배보다 약성이 더 강하다고 해요.
항산화 성분도 주목할 만해요. 돌배에는 플라보노이드와 폴리페놀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데, 이런 성분들이 혈류를 증가시켜서 고혈압 예방이나 노화 방지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심장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요. 또 갈증 해소나 변비 완화에도 효과가 있어서, 예전 시골에서는 가을에 돌배를 모아뒀다가 겨울 내내 달여 먹었다고 하더라고요.
활용법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건 돌배즙이에요. 돌배를 깨끗이 씻어서 도라지, 대추, 생강 같은 재료와 함께 은근하게 달이면 되는데, 이걸 겨울 내내 따뜻하게 데워 마시면 목감기 예방에 꽤 좋거든요. 설탕이나 꿀과 버무려서 발효액을 만드는 분들도 많아요. 발효액은 물에 타서 음료로 마시기도 하고 요리에 감미료 대신 쓰기도 합니다.
담금주도 인기가 많은데, 만드는 법이 생각보다 간단해요. 잘 익은 돌배 열매를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 다음 유리병에 넣고 소주를 부어 밀봉하면 돼요.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서 숙성시키는데, 내용물은 3개월 정도 후에 걸러주고 그 뒤로 6개월 이상 더 숙성하면 은은한 과일향이 나는 맛있는 돌배주가 완성됩니다.
돌배나무를 정원수로 키우는 분들도 있어요. 토종 나무라 우리나라 기후에 잘 맞고 병해충에도 강한 편이거든요. 봄에는 하얀 꽃을, 가을에는 열매를 즐길 수 있어서 사계절 내내 볼거리가 있는 셈이죠. 다만 나무가 꽤 크게 자라니까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는 건 감안하셔야 해요.
요즘 건강식품 시장에서 돌배 관련 제품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돌배즙, 돌배청, 돌배분말까지 종류가 다양해졌거든요. 산에서 자연산 돌배를 직접 따서 쓰는 게 제일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검증된 업체에서 가공 제품을 구입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기관지가 약하거나 환절기에 감기를 자주 앓는 분들이라면 한번 시도해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