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비누 만들기에서 트레이스 단계 확인하는 방법은?


CP비누 만들기에 관심을 가지다 보면 ‘트레이스’라는 단어를 계속 듣게 되는데요. 처음에는 이게 뭔 소린가 싶었는데, 직접 만들어보니까 그제야 감이 오더라고요. 트레이스는 쉽게 말해서 오일과 가성소다 용액이 만나 비누화 반응이 시작되면서 점도가 올라가는 상태를 말하는 거예요. 그냥 물처럼 묽던 혼합물이 서서히 걸쭉해지는 그 타이밍이라고 보면 됩니다.

CP비누는 Cold Process의 약자인데, 말 그대로 열을 가하지 않고 상온에서 화학반응만으로 비누를 만드는 방식이에요. 그래서 온도 관리가 굉장히 중요한데요. 보통 베이스 오일과 가성소다(수산화나트륨) 용액을 각각 40-50도 정도로 맞춰서 합치는 게 기본이에요. 두 재료의 온도가 너무 차이 나면 비누화 반응이 제대로 안 일어날 수 있거든요.

가성소다 용액을 만들 때가 사실 제일 조심해야 하는 단계인데, 물에 가성소다를 넣으면 발열 반응이 일어나면서 온도가 확 올라가요. 이때 증기를 흡입하면 안 되니까 반드시 환기가 잘 되는 곳에서 작업해야 하고, 보안경이나 고무장갑도 필수예요. 이 용액을 식히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데, 급하다고 냉장고에 넣거나 하면 안 됩니다. 자연스럽게 40-50도까지 내려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오일 쪽도 마찬가지로 40-50도 정도로 데워줘야 하는데, 코코넛 오일이나 팜오일처럼 상온에서 고체인 오일이 들어가면 먼저 녹여야 하니까 약한 불로 살살 녹이면서 온도를 맞춰요. 올리브오일 같은 액체 오일만 쓸 때는 좀 더 수월하긴 한데, 어쨌든 온도계로 확인하는 게 정확해요.

두 재료를 합친 다음에는 핸드블렌더로 섞어주는데, 여기서 트레이스가 나타나기 시작해요. 처음에는 살살 저어주다가 핸드블렌더를 5초 정도 돌리고 멈추고, 다시 숟가락으로 저어주고 하는 식으로 반복하는 게 좋아요. 핸드블렌더를 너무 오래 연속으로 돌리면 갑자기 너무 빨리 굳어버릴 수 있거든요. 이걸 폴스 트레이스라고 하는데, 겉만 굳고 속은 아직 반응이 안 된 상태라 나중에 비누가 제대로 안 나올 수 있어요.

트레이스 단계를 확인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혼합물 위에 숟가락이나 블렌더로 줄을 그어보는 거예요. 표면에 떨어뜨린 흔적이 잠깐이라도 남아 있으면 라이트 트레이스에 도달한 거예요. 라이트 트레이스는 마요네즈보다 좀 묽은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이 단계에서 에센셜 오일이나 천연 분말 같은 첨가물을 넣는 게 일반적이에요. 너무 늦게 넣으면 고르게 섞이지 않을 수 있거든요.

미디엄 트레이스는 좀 더 걸쭉해진 상태로, 꿀 정도의 점도라고 보면 돼요. 이 단계에서는 틀에 부어도 비누 반죽이 잘 흘러 들어가지만 표면에 무늬를 만들기에는 아직 좀 묽은 느낌이에요. 레이어드 비누처럼 층을 나눠 만들 때는 미디엄 정도에서 작업하는 경우가 많아요.

헤비 트레이스까지 가면 푸딩이나 걸쭉한 죽 같은 느낌이 나는데, 이 상태에서는 반죽이 잘 흐르지 않아서 틀에 부을 때 숟가락으로 꾹꾹 눌러 넣어야 해요. 마블링이나 스월 디자인을 만들기엔 좀 어려운 단계지만, 소프트한 디자인 없이 단색 비누를 만들 때는 이 정도까지 진행해도 괜찮아요. 다만 첨가물을 넣지 못한 상태에서 여기까지 오면 좀 곤란해지니까 타이밍 조절이 중요해요.

트레이스까지 걸리는 시간은 레시피마다 꽤 달라요. 올리브오일 비율이 높은 마르세유 비누 같은 경우에는 30분-1시간 넘게 걸리기도 하고, 코코넛 오일이나 캐스터 오일 비율이 높으면 10분도 안 걸리는 경우가 있어요. 가성소다 농도도 영향을 미치는데, 물 대신 우유나 맥주를 사용하면 반응 속도가 달라지기도 해요.

트레이스 이후에는 준비한 몰드(틀)에 반죽을 부어야 하는데, 실리콘 몰드를 많이 쓰지만 우유팩이나 종이상자에 비닐을 깔아서 쓰기도 해요. 틀에 부은 다음에는 타올이나 담요로 감싸서 24시간 정도 보온해줘야 비누화 반응이 마무리돼요. 보온을 안 하면 겉은 딱딱한데 속이 물렁거리는 비누가 만들어질 수 있거든요. 그리고 보온 후 탈형해서 적당한 크기로 자른 다음, 4-6주 동안 그늘에서 숙성시키면 드디어 사용할 수 있는 비누가 완성돼요.

처음 만들 때 제일 헷갈리는 게 트레이스 타이밍인데, 몇 번 만들어보면 감이 잡혀요. 표면에 떨어뜨린 자국이 1-2초라도 남으면 라이트 트레이스, 그 자국이 뚜렷하게 남으면 미디엄, 반죽 자체가 뭉글뭉글하면 헤비라고 기억하면 쉬워요. 만드는 재미가 생각보다 꽤 있어서, 한 번 빠지면 계속 만들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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