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밥나무랑 보리수나무, 이름이 비슷해서 같은 나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심지어 인터넷에서도 두 나무를 혼용해서 쓰는 경우가 흔하거든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둘은 같은 보리수나무과에 속하긴 하지만 엄연히 다른 나무입니다.
가장 큰 차이는 상록이냐 낙엽이냐예요. 보리밥나무는 상록 관목이에요. 겨울에도 잎이 떨어지지 않고 푸른 상태를 유지합니다. 반면 보리수나무는 낙엽 관목이라 가을이면 잎이 떨어져요. 이것만 알아도 겨울에 두 나무를 구분하는 건 아주 쉬워지죠. 잎이 달려 있으면 보리밥나무,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으면 보리수나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잎 모양도 좀 다른데요. 보리밥나무는 넓은 달걀형 잎이 어긋나게 달리고, 뒷면을 보면 은백색 인모가 빽빽하게 나 있어서 잎 뒷면이 은빛으로 반짝거려요. 보리수나무도 잎 뒷면에 은백색 비늘이 있긴 한데, 보리밥나무만큼 뚜렷하지는 않고 잎이 좀 더 길쭉한 편이에요.
꽃이 피는 시기도 완전히 달라요. 보리밥나무는 가을인 10-11월에 꽃이 피거든요. 잎겨드랑이에서 연한 황백색 꽃이 1-3개씩 모여 달리는데, 가을에 꽃이 피고 열매가 이듬해 봄인 3-4월에 익어요. 반면 보리수나무는 봄에 꽃이 피고, 열매는 그해 가을인 10-11월에 붉게 익습니다. 그래서 열매를 따 먹을 수 있는 시기도 다르죠.
열매 모양도 차이가 있어요. 보리밥나무 열매는 타원형이고 표면에 은백색 인모가 덮여 있는데, 붉게 익으면 달콤새콤한 맛이 나서 그냥 먹어도 맛있어요. 과육을 발라 먹고 남은 씨앗이 보리알을 닮았다고 해서 보리밥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보리수나무 열매는 좀 더 동그란 편이고, 크기는 6-8mm 정도예요. 이 열매도 먹을 수 있고 달콤한데, 약간 떫은 맛이 나요.
자생지도 다릅니다. 보리밥나무는 주로 해안가에서 자라요. 황해도 이남의 바닷가 산지, 서해안으로는 대청도, 동해안으로는 울릉도까지 분포하고 있어요. 소금기에 강한 특성이 있어서 해안 녹화용으로도 많이 쓰이고 있죠. 보리수나무는 중부 이남의 산지에 널리 분포하는데, 내륙에서도 잘 자랍니다. 야산이나 시골 울타리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게 보리수나무예요.
효능 면에서도 알아두면 좋은 게 있는데요. 보리밥나무 열매에는 탄닌 성분이 들어 있어서 소염 작용이 있고, 기관지가 약하거나 천식이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해요. 열매로 효소를 담그거나 과실주를 만들기도 하고, 즙을 짜서 마시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보리밥나무 가지 추출물이 모유두세포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어요. 탈모 방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인 거죠.
그리고 하나 더 헷갈리기 쉬운 게 있는데, ‘보리수’라고 하면 불교에서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나무를 떠올리시는 분들도 있잖아요. 그건 인도보리수인데 우리나라의 보리수나무나 보리밥나무와는 전혀 다른 나무예요. 인도보리수는 뽕나무과에 속하는 열대 나무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자라지 못합니다. 이름만 같을 뿐 완전히 다른 식물이니까 혼동하지 않으시길 바라요.
정리하면, 보리밥나무는 상록이고 가을에 꽃 피고 봄에 열매 맺고 해안가에서 자라며, 보리수나무는 낙엽이고 봄에 꽃 피고 가을에 열매 맺고 내륙 산지에서 잘 자라요. 이름은 비슷해도 생태적 특성이 꽤 다른 나무이니, 묘목을 구매하실 때 정확하게 구분해서 사시는 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