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비누를 만들면서 가장 고민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향이에요. 합성 향료를 넣으면 간단하긴 한데, 천연 재료로 비누를 만드는 취지에 맞게 에센셜 오일을 쓰고 싶잖아요. 근데 에센셜 오일은 가격도 만만찮고, 넣는 시점이나 양을 잘못 맞추면 향이 금방 날아가 버리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에센셜 오일로 CP비누에 향을 제대로 입히는 노하우를 정리해 볼게요.
우선 CP비누가 뭔지 간단히 짚고 넘어갈게요. CP는 Cold Process의 약자인데, 오일과 가성소다(수산화나트륨) 용액을 섞어서 비누화 반응을 일으키는 전통적인 방식이에요. 열을 가하지 않고 상온에서 반응시키기 때문에 Cold Process라고 부르는 거예요. 이 방식은 천연 오일의 영양 성분이 비교적 잘 보존되고, 글리세린이 자연스럽게 생성되어서 보습력이 좋은 비누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대신 만든 후에 4-6주 정도 숙성 기간이 필요하고요.
에센셜 오일 종류 선택이 첫 번째 관문이에요. CP비누에 많이 쓰이는 에센셜 오일로는 라벤더, 티트리, 로즈마리, 페퍼민트, 레몬그라스 같은 것들이 있어요. 라벤더는 진정 효과가 있어서 민감한 피부용 비누에 잘 어울리고, 향이 은은하면서도 숙성 후에도 비교적 잘 남는 편이에요. 티트리는 항균 효과가 뛰어나서 여드름 피부나 지성 피부용 비누에 많이 넣는데, 특유의 약간 약 같은 냄새가 있어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해요. 페퍼민트는 청량한 느낌이 좋고 여름 비누에 딱인데, 향 지속력이 좀 약한 편이에요.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하나 있어요. 에센셜 오일에는 탑노트, 미들노트, 베이스노트라는 게 있거든요. 탑노트는 처음에 확 퍼지는 향인데 빨리 날아가요. 레몬, 오렌지 같은 시트러스 계열이 대표적이에요. 미들노트는 중간 정도 지속되는 향으로 라벤더, 로즈마리가 여기에 해당하고요. 베이스노트는 무겁고 오래 가는 향인데 시더우드, 패출리, 일랑일랑 같은 거예요. CP비누에서 향을 오래 유지하려면 베이스노트 오일을 섞어주는 게 핵심이에요. 예를 들어 라벤더 단독으로 넣는 것보다 라벤더에 시더우드를 조금 블렌딩하면 향이 훨씬 오래 가요.
적정 투입량도 꼭 알아야 해요. 에센셜 오일은 보통 전체 베이스 오일 중량의 1-3% 정도를 넣어요. 처음 만드시는 분들은 1% 정도로 시작하는 게 안전하고요. 예를 들어 베이스 오일 총량이 500g이라면 에센셜 오일은 5-15g 정도 넣는 거예요. 너무 많이 넣으면 피부에 자극이 될 수 있고, 비누가 트레이스 되는 속도가 너무 빨라져서 작업이 어려워질 수도 있어요. 반대로 너무 적게 넣으면 숙성 과정에서 향이 다 날아가 버려서 결국 무향 비누가 되는 경우도 있고요.
투입 시점이 정말 중요한데요, 에센셜 오일은 반드시 트레이스가 된 후에 넣어야 해요. 트레이스란 가성소다 용액과 오일을 섞은 후 핸드블랜더로 저어주면 점점 걸쭉해지는 상태를 말하는 건데, 주걱으로 떠서 위에서 흘려보냈을 때 표면에 자국이 남을 정도가 되면 트레이스가 온 거예요. 보통 핸드블랜더를 사용하면 5-10분 정도면 되고요. 트레이스 전에 에센셜 오일을 넣으면 가성소다의 강한 알칼리성 때문에 향 성분이 파괴될 수 있어요. 그래서 트레이스가 충분히 온 다음에 넣고 주걱으로 골고루 섞어주는 게 좋아요.
향을 오래 유지시키는 팁이 몇 가지 더 있어요. 첫째, 앞에서 말한 것처럼 베이스노트 오일을 블렌딩하는 거예요. 라벤더 70%에 패출리 30% 이런 식으로 섞으면 향 지속력이 확 올라가요. 둘째, 투입량을 약간 넉넉하게 잡는 거예요. CP비누는 4-6주 숙성하는 동안 향이 꽤 많이 날아가거든요. 완성 직후에 좀 강하다 싶을 정도로 넣어야 숙성 후에 적당해져요. 셋째, 카올린 클레이나 옥수수 전분을 소량 함께 넣으면 이것들이 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요. 에센셜 오일을 클레이와 미리 섞어서 넣는 방법도 있고요.
숙성 과정에서의 관리도 향 유지에 영향을 미쳐요. 비누를 몰드에서 꺼낸 후 잘라서 건조하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놓는데, 이때 직사광선을 피해야 해요. 자외선이 에센셜 오일의 향 성분을 분해시킬 수 있거든요. 그리고 너무 바람이 많이 부는 곳도 피하는 게 좋아요. 적당한 통풍은 필요한데 바람에 향이 빨리 날아갈 수 있으니까요. 완성된 비누는 밀폐 용기에 보관하면 향이 더 오래 유지돼요.
주의할 점도 있어요. 시나몬이나 클로브 같은 에센셜 오일은 피부에 자극이 강해서 소량만 사용해야 하고요, 시트러스 계열 오일은 광독성이 있어서 세안용 비누에 넣을 때는 주의가 필요해요. 또 에센셜 오일마다 가성소다와 반응하는 특성이 달라서 트레이스를 급격히 촉진하는 오일도 있어요. 일랑일랑이나 클로브가 대표적인데, 이런 오일을 쓸 때는 트레이스가 가볍게 왔을 때 빠르게 넣고 바로 몰드에 부어야 해요.
CP비누에 에센셜 오일로 향을 내는 건 합성 향료보다 확실히 까다롭지만, 자연에서 온 진짜 향이 주는 만족감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예요. 처음에는 실패도 하겠지만 몇 번 만들다 보면 자기만의 레시피가 생기고, 그게 CP비누 만들기의 진짜 재미이기도 하니까 부담 갖지 말고 도전해 보시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