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 계약서를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상황과 사용하지 않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실제 분쟁 사례는 무엇인가요?


표준 계약서 이야기가 나오면 괜히 형식적인 문서 같다는 느낌부터 드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그냥 예전에 쓰던 계약서 돌려쓰거나, 상대방이 준 계약서에 도장만 찍는 경우도 적지 않고요. 그런데 막상 문제가 생기면, 그때부터 표준 계약서 얘기가 꼭 나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이유는 꽤 분명합니다.

표준 계약서를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상황은 보통 힘의 균형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경우입니다. 대표적인 게 하도급, 프리랜서 계약, 임대차, 용역 계약 같은 것들입니다. 개인이나 소규모 사업자가 기업이나 발주처와 계약을 맺을 때, 조건을 일일이 협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표준 계약서는 최소한 지켜져야 할 선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법이나 제도에서 이 정도는 기본으로 넣어야 한다고 정리해둔 문서라고 보시면 됩니다.

특정 분야에서는 표준 계약서 사용이 사실상 의무에 가깝습니다. 공공기관과의 계약이나 정부 지원 사업, 일부 문화예술·콘텐츠 분야 계약이 그렇습니다. 형식적으로는 선택이라고 되어 있어도, 실제로는 표준 계약서를 쓰지 않으면 계약 자체가 문제 될 수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나중에 분쟁이 생기면, 왜 표준 계약서를 쓰지 않았느냐는 질문부터 나옵니다.

표준 계약서를 쓰지 않았을 때 가장 흔하게 생기는 문제는 말이 다르다는 주장입니다. 계약서에 명확히 적혀 있지 않거나, 애매하게 표현된 조항 때문에 서로 해석이 달라지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프리랜서 작업 계약에서 업무 범위가 정확히 정리돼 있지 않으면, 발주처는 이것도 해달라, 저것도 포함 아니냐고 말하고, 작업자는 처음 들은 얘기라고 반박하게 됩니다. 이게 반복되다 보면 결국 분쟁으로 이어집니다.

실제 분쟁 사례를 보면 돈 문제에서 가장 많이 터집니다. 표준 계약서를 쓰지 않고 간단한 계약서로 일을 진행했다가, 작업은 끝났는데 대금 지급 시기가 계속 미뤄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계약서에 지급 기한이나 지연 시 책임이 명확히 없으면, 받는 쪽은 계속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소송까지 가도 계약 내용이 불리하게 해석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또 자주 나오는 게 계약 해지 관련 분쟁입니다. 표준 계약서에는 언제, 어떤 조건에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지가 비교적 구체적으로 정리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쓰지 않으면, 한쪽에서 갑자기 계약을 중단해버리는 일이 생깁니다. 이미 투입된 시간이나 비용에 대한 보상 문제를 놓고 다툼이 생기고,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쯤 되면 계약이 아니라 싸움이 됩니다.

임대차나 사용 계약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생깁니다. 표준 계약서를 사용하지 않고 구두 약속이나 간단한 문서로 진행했다가, 원상복구 범위나 책임 소재를 두고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누구 말이 맞는지 증명하기 어려워서, 결국 시간과 비용만 더 들어가는 상황으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표준 계약서의 장점은 완벽해서가 아니라, 최소한의 기준을 미리 정해둔다는 데 있습니다. 모든 상황을 다 막아주지는 못해도, 문제가 생겼을 때 기준점 역할은 해줍니다. 반대로 그 기준조차 없는 상태에서 계약을 하면, 분쟁이 생겼을 때 기댈 곳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표준 계약서는 귀찮아서 쓰는 문서가 아니라, 분쟁을 줄이기 위한 안전장치에 가깝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계약할 때는 별일 없을 것 같아 보여도, 진짜 문제는 항상 끝나고 나서 생기거든요. 그때를 대비하는 게 계약이고, 표준 계약서는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도구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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