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달맞이꽃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뭔가 좀 낯설고도 신비로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달맞이꽃이라고 하면 보통 저녁이 떠오르는데, 앞에 ‘낮’이라는 단어가 붙으니 그 자체로도 이야깃거리가 생기더라구요. 이름처럼 이 꽃은 낮에 피어나서 해가 떠 있는 동안 꽃잎을 열고 사람들을 맞이합니다.
낮달맞이꽃은 보통 30-60cm 정도로 자라는 한해살이 또는 두해살이풀입니다. 줄기는 곧게 서고 약간 붉은 기가 도는 경우가 많으며, 전체적으로 털이 듬성듬성 나 있어서 거칠다는 느낌보다는 야생적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꽃은 노란빛을 띠고 4장의 꽃잎이 십자 형태로 피는데, 하나하나가 뭔가 좀 여리여리한 듯하면서도 의외로 강단이 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이 꽃이 정말로 해가 떠 있을 때 피고, 해가 지면 스르르 오므라든다는 거예요. 달맞이꽃과는 완전히 반대죠. 그래서 이 두 꽃은 마치 서로 시간을 나눠 가진 자매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해가 있을 때, 그리고 바람이 살짝 부는 어느 오후에 가장 생기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서식지는 주로 길가, 공터, 풀밭, 야산 가장자리 같은 열린 공간이에요. 특별히 가꾼 땅보다 그냥 사람 손이 덜 탄 공간에서 더 잘 자라는 편입니다. 토양도 그다지 가리지 않아서 배수가 잘 되는 땅이면 어디서든 잘 자라곤 하지요. 다만 너무 습하거나 그늘진 곳은 썩 좋아하진 않는 것 같아요.
특이한 점은 생장 속도가 꽤 빠르다는 건데요, 이건 아마도 한 철을 확실하게 살아내기 위한 전략이 아닐까 싶어요. 해를 머금고 살아야 하니까, 기회가 있을 때 최대한 빠르게 꽃을 피우고, 씨를 남기고, 다시 사라지는. 그러한 순환이 이 꽃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요즘 같은 계절에 한 번쯤 길을 걷다가 노랗게 반짝이는 낮달맞이꽃을 보게 된다면, 괜히 걸음을 멈추고 싶어질지도 모릅니다. 그 생의 짧은 순간을 온전히 낮에 걸어 놓은 듯한 그런 꽃이니까요.